사립유치원, 도덕 불감증 책임 면키 어려워
정부ㆍ유치원 회계 투명성 이견 조정 관건
저출산시대 유아 기관 중요성 잊지 말아야
유아기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저출생의 국가적 고민이 깊어지고 유아기 조기개입의 혜택에 대한 기대와 여성취업의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사립 유치원의 국민 세금 유용 논란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 사태를 빚은 근본 원인이 개인 자산을 투입한 사립유치원의 운영 현실과 맞지 않은 회계관리 시스템 시행요구 등의 제도미비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이 사용하는 회계관리 시스템의 사용을 사립유치원이 거부하였고, 회계 관리 체계 마련을 위한 수 차례의 시도가 불발되었다고 반박하고 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 어떤 주장도 일부 국민세금이 유용되었으며 공적 재원이 투입된 사립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허술했다는 국민적인 비판을 벗기에는 충분하지가 않다. 민간기관에 국민세금이 지원되고, 몇몇 사립 유치원에서 이 돈을 사적 용도로 버젓이 사용 한 것은 기본 상식을 넘어 서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촉발된 배경과 알려지는 과정에서의 일부의 선정성은 너무나 안타깝다. 이런 와중에 유치원은 날마다 문을 열어 유아를 맞아야 하고, 아이들에게 공감하고 열정을 쏟아 교육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버나드 쇼는 “나는 일곱살 밑으로는 적이 한 명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유아는 아직 경험해야 할 세상이 많이 남아 있는 발달의 특별한 시기에 있다. 이런 시기의 유아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으로 이름을 올려 문제 많은 곳이라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알게 될 때 이 유아는 어찌해야 하는가? 유치원을 그만 다니겠다고 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사실 이번 사태의 촉발은 일부 유치원의 도덕적 불감증을 제외하면 국민세금의 사용 방식과 회계관리에 대한 사립 유치원 운영자와 정부 간의 확연한 시각 차에서 기인한 바가 있다. 정책 시행 이전에 상호 이해에 기반한 당사자 간의 회계 운영 규칙과 한계, 그리고 책임을 명백하게 규정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원금’을 ‘보조금’ 명목으로 바꾸고, 사립학교법과 학교급식법 등의 일부 조항이 개정되면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총연합회가 유아교육법이 명시하고 있는 대로 정부 재원을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볼 때, 해법에 대한 당사자간의 이견이 여전할 것으로 보이고, 법 개정을 통해서 완전한 회계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역시 의문시 된다.
이견과 갈등 그리고 회계 불투명성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선택권’을 사립유치원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 세금 지원의 수혜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사립유치원 운영자에게 주고 선택에 따른 회계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마치 전체 유치원이 부실기관인 것처럼 낙인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글렌타인 젭은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선한 의지, 지식, 그리고 돈이라고 했다. 작금의 논란은 마치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을 마치 돈이 전부인 양 간주한 것처럼 그렇게 비추고 있다. 과거 국가가 어려웠던 시절에 개인 자산을 털어 유아교육에 매진하였던 시절과 국민세금의 일부 지원을 받는 현재의 유치원 운영체계는 확연히 다르다. 재정 운영방식이 그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재정 지원에 대한 공공의 책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 역시 제도 공백을 꼼꼼하게 메워 나가야 한다. 제도 보완의 과정에서 관련 이해 당사자의 사적 이익 추구 역시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유아의 발달과 요구 그리고 필요가 정책보완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유아가 중심이 되는 유아교육의 선한 의도를 가진 지식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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