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군 간 연례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을 유예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하루 늦게 관련 사실을 언론에 발표했다. 훈련 유예의 여파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발단은 19일 이뤄진 미 국방부의 발표였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계기로 열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간 회담 결과를 전하며 “한미 국방부는 (북한과의) 외교 협상이 계속 이어지도록 모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유예키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는 하루 뒤인 20일 “한미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시점이 하루 차이가 났을 뿐 아니라 미국은 훈련 유예를 기정사실화한 반면 한국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양측 간 엇박자는 미국 측의 일방적 발표 때문에 비롯된 측면이 크다. 21일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19일 회담에서 우리 측에 훈련 유예를 먼저 제안했다. 이에 정 장관은 한미 공군 간 데이터 링크를 활용한 훈련으로 대신하자는 일종의 대안을 제시했다. 두 장관은 실무 검토를 거쳐 이달 말 예정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에서 최종 결정키로 했으나, 미 국방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10여일 후 열릴 북미 간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한미훈련을 유예했다는 선심성 대북 제스처를 보이고자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반면 최근 남북 간 군사합의로 대북 안보태세가 약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 군 당국 입장에선 한미훈련 유예 제안을 단번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개인의 견해임을 전제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결국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한미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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