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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중ㆍ미와 번갈아 해상훈련… ‘균형추’ 위상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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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중ㆍ미와 번갈아 해상훈련… ‘균형추’ 위상 높인다

입력
2018.10.21 17:13
수정
2018.10.21 18:4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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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협의체의 중심 아세안. 한국일보 자료
다자협의체의 중심 아세안. 한국일보 자료

전방위로 확대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입지를 키우고 있다. 역내 갈등 중재자 내지는 힘의 균형추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키로 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미국과 손잡고 별도의 해상훈련을 진행키로 했다. 지역 안정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중 갈등을 자신들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아세안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에서 18개국 국방장관들은 아세안의 국제 외교ㆍ안보적 위상을 격상시킨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에서 장관들은 “2019년 미국과 아세안의 해상합동 훈련에 대한 (양측의) 개최 의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 열릴 아세안-중국 합동 훈련 실시 직전에 나온 입장으로,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미국과의 별도 훈련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사상 처음 실시되는 아세안-중국 해상 합동훈련은 이번 주 중국 광둥(廣東)성 인근 남중국해 해역에서 진행된다. 몇몇 아세안 회원국과 별도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 중국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아세안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과의 합동 훈련 개최에 합의했다. 중국은 합동 훈련 시 ‘외부세력 배제’를 요구,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부정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했다.

유진 탄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는 “중국과의 훈련은 미국에 불공평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며 “미국과의 내년 훈련 결정은 두 나라(중국과 미국) 모두를 관여시키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중국과의 합동훈련으로 ‘중국 경도’로 비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이 ‘미국과의 별도 훈련’에 전격 합의, 균형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는 “아세안 입장에서는 미중이 너무 싸워도, 너무 사이가 좋아도 문제”라며 “무역전쟁, 남중국해 신경전 등의 현 상황은 과열됐다고 보고 양쪽을 동시에 포용, 긴장 이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 군용기들의 충돌 가능성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설정에도 성과를 냈다. 이 회의를 이끈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가이드라인은 (보다 강력한) 규범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며 “참가한 18개국이 이 원칙에 전적인 동의를 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ADMM+ 18개국’의 병력은 전 세계 90%에 이른다. 자카르타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소의 이반 락스마나 선임연구원은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지역 정세 안정에 아세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약체국들의 모임’에 불과하던 아세안이 미중 갈등의 공간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태국 현지 언론의 한 편집장은 “1976년 아세안 창설 이후 회원국끼리 벌인 전쟁이 한 번도 없었다. 역내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아세안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 평화 유지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럽연합(EU) 수준으로까지 아세안이 국제사회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는 얘기다.

싱가포르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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