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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와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 파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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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와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 파기한다

입력
2018.10.21 15:16
수정
2018.10.21 18: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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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8일 로널드 레이건(왼쪽)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백악관에서 INF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로널드레이건 도서관
1987년 12월8일 로널드 레이건(왼쪽)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백악관에서 INF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로널드레이건 도서관

미국과 소련이 무한 군비경쟁을 벌이던 1960~1970년대 냉전시대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6일의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네바다주 엘코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INF 파기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의 구체적 위반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해왔다”면서 “미국은 러시아가 핵 합의를 위반하고 우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와 AP는 이와 관련, 이날 출국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INF 파기 계획을 통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수주 내에 조약 파기에 공식 서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인 중ㆍ단거리 탄도ㆍ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ㆍ단거리 탄도ㆍ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INF를 위반했다”며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 결정 배경에는 중국도 있다. 중국은 INF 당사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반접근ㆍ지역거부’(A2AD) 전략 일환으로 재래식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NYT도 최근 중국이 서태평양에 배치한 중거리 핵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신무기 개발을 INF가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파기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이 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핵 개발 경쟁이 가속하면서 ‘신냉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 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를 지낸 스티븐 파이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탈퇴하면 러시아가 (INF에 규정된) 제한을 준수하는 것처럼 위장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모스크바는 아무런 제약 없이 신형 미사일을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언론 등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INF 탈퇴의) 주된 이유는 단극 체제(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구상)에 대한 꿈”이라면서 “그것이 실현될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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