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가 임박하면서 택시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은 벌써부터 인기다. 사전 기사 모집 하루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고 카카오의 결재수단과 네트워크 능력으로 볼 때, 실제 사업이 시작되면, 택시와 렌터카 업계는 물론이고 기존 시내버스 시장까지도 흔들어 놓을 정도의 핵폭탄과 같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실제 서비스가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사업개시가 임박했다는 사실에 택시업계는 분노하고 있다. 그 동안 카카오의 호출 서비스를 애용했던 택시업계는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지역의 기존 콜택시 전화서비스를 카카오택시가 무너뜨리고, 지자체가 애써 만든 안심 택시 콜 서비스 공공앱마저도 무력화시키면서, 마약처럼 카카오택시에 중독되었던 기사들도 이제는 발언권을 잃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어느덧 소비자는 물론이고 택시기사까지 동참하여 카카오 택시 호출의 단맛에 빠져 들고 난 뒤부터,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카카오택시 호출 유료화를 도입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이익추구에 몰두해 왔다. 여기에 카풀서비스를 한다니, 타오르는 분노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사실, 우버 등 세계의 카풀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택시업계와는 공존하면서 오히려 자가용 승용차 시장의 점유율을 낮춰주면서 ‘교통수요관리’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버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그래서 우버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카풀이 카카오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카카오가 무료 서비스인양 택시호출 서비스에 뛰어 들면서, 택시에 관한 빅데이터와 속성을 완벽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동편의를 원하는 국민들 마음에 이미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로 각인되어 있다. 이 같은 인식은 바꾸기 어렵다. 본래 카풀은 자가용 승용차 시장의 상당부분을 가져가고 택시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야 합리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카카오가 앞장선다면, 택시의 주도권과 생존권을 특정 기업에 송두리 채 맡기는 것이기에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정부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장기화와 자영업의 몰락으로 개인택시 면허 양도 프리미엄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언젠가 거품이 빠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 개인택시 면허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이 올 것이다. 또한, 최근 수년간 시행해온 택시총량제도 카카오택시의 카풀 영업으로 무색해지고 있다. 대중교통 정책은 우선순위와 절차가 있다. 정부나 국회, 모두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승차공유 서비스’가 활발히 개방되고 허용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 역할이 아쉬운 정도를 넘어 무능하다고 평하고 싶다.
우버는 안되고 카카오는 된단 말인가? 정부는 여기에도 답을 해야 한다. 카풀은 무한정 늘어나는 자가용 승용차 시장을 견제해 주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회사의 매출을 걱정해 주느라, 자가용 승용차 시장은 건들지도 못하게 하고, 힘없는 택시기사들은 무시하면서, 택시시장을 카풀시장에 넘겨라? 이건 아니라 본다.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은 기존 교통수단과 상호보완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교통수단 시장을 훼손하면서 제압하고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면, 대결 양상은 불가피해 진다. 어쩌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이 참에 택시를 정식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방의 버스업계들이 파업하고 이제 택시업계까지 파업을 하니 난감하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교통정책을 이끌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ㆍ서울교통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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