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8년 만에 치러진 총선이 극심한 혼돈과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무장반군 탈레반의 공격이 발생, 최소 67명이 사망했다. 이들 피해자 중에는 민간인 27명도 포함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총선 투표가 실시된 이날 하루 동안, 아프간 전역에서 탈레반이 투표소를 겨냥한 193건의 공격을 감행, 현재까지 67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악타르 이브라히미 아프간 내무부 차관은 “민간인 27명과 경찰 9명, 반군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반군 18명이 체포된 상태”라고 밝혔다.
투표소와 경찰을 겨냥한 테러 공격은 총선 투표가 진행된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이어졌다. 투표소 주변은 무장괴한들의 습격과 크고 작은 폭발, 아프간 정부군과의 총격전 등이 끊이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수도 카불 북부의 한 투표소 내부에선 한 남성의 자살폭탄 공격까지 발생, 최소 1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탈레반도 이날 아프간 전역에서 총 400건의 공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총선에 앞서 탈레반은 “모든 투표소가 공격 대상”이라면서 아프간 주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이들은 “적들의 투표소가 무자헤딘의 공격을 받고 있다. 국민은 악마의 계획을 수행하는 적의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 이 가짜 절차에의 참여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국 5,000여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총선 투표는 반군의 테러 공격 외에도, 유권자 인증 절차나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일부 투표소의 마감이 늦춰지는 등의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총선은 2010년 이후 8년 만으로, 원래 아프간 국회의원 임기는 5년이다. 2015년 치러졌어야 했지만 끊임없는 폭력 사태와 정치ㆍ경제적 불안정 때문에 3년이나 미뤄지다 결국 8년 만에 실시됐다. 외신은 이번 총선이 내년 4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위한 사전 예행연습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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