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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출신 고려인 남매 참변…화마에 빼앗긴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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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출신 고려인 남매 참변…화마에 빼앗긴 ‘코리안 드림’

입력
2018.10.21 18:02
수정
2018.10.21 22:4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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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7시 42분쯤 경남 김해시의 한 원룸에서 불이나 소방관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20일 오후 7시 42분쯤 경남 김해시의 한 원룸에서 불이나 소방관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 20일 경남 김해의 한 원룸에서 불이나 4살 남자아이와 14살 여자아이가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4명은 모두 한국말이 서툰 외국 국적 어린 아이들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1일 김해중부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20일 오후 7시 42분쯤 김해시 서상동 한 4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2층에 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A(4)군이 연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졌다. A군의 누나(14)도 연기 흡입으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21일 오후 사망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A군의 형(12)도 현재 위독한 상태이며, 이종사촌(13)도 심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졸지에 막내아들과 딸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유족은 병원에서 “우리 자식들이 정말 죽었느냐”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 부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온 고려인 3세로, 2016년 7월 말쯤 취업방문비자로 입국했으며, 이모 등과 함께 7명이 같이 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데다가 화재 당시 부모가 외출 중이어서 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 부모와 이모는 당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지만, 화재 발생 1시간 전 장을 보려고 집을 잠시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다른 집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점 등에 미뤄보면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있다가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나 ‘불이야’라는 한국말을 못 알아듣고 대피가 늦어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화재로 한국인 5명과 필리핀인 1명 등 이 건물 원룸에 입주해 있던 6명도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를 태우고 1억8,0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냈다.

경찰은 2015년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130명 사상)와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69명 사상)처럼 이 건물도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스티로폼으로 이루어진 외벽 단열재) 공법으로 건축돼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1층은 주차장 용도이며, 2층부터 5층까지 총 15가구가 입주해 있다. 실제 당시 주차장 외부 폐쇄회로(CC)TV를 보면 행인이 화재를 최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새카만 연기가 건물을 가득 메우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이 연면적 상 현행법이 정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며 “건물주를 상대로 의무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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