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9일 대전 구장. 말 그대로 오렌지 물결이 야구장 전체를 휩쓸었다.
한화가 가을 야구에 나선 것은 2007년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전 이후 11년 만이다. 4,020일 만의 가을 야구 직관(야구장 직접 관람)에 나선 팬들은 경기 시작 3~4시간 전부터 대전 구장 안팎을 서성이며 야구 축제를 기대했다. 김현진(30)씨는 “정말 오랜만에 대전 구장에 왔는데,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는 열정적인 한화 팬들이 이렇게 많은 지 몰랐다”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말했다.
한화의 승리를 기원하며 2007년생 딸과 함께 구장을 찾은 엄마도 눈에 띄었다. 한 팬은 “야구장에 들어가 보니 의자에 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었다”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꽃 이름은 아마 11년 만에 핀 ‘한화(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오렌지색 장미꽃은 한화구단이 11년 동안 가을 야구를 기다려준 1만2,400명 팬들에게 작은 감사의 뜻으로 선물한 것이다. 메시지에는 “지난 11년 동안 성적을 떠나 불꽃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직관에 실패한 팬들 사이에서는 ‘작은 야구장’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예매 취소표 현장 구매에 실패한 한 팬은 “대전 구장을 새로 지어 관중석을 늘리든지, 암표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장 밖에 대형 TV라도 설치해 팬들의 염원에 부응해 달라”고 요구하는 팬들도 있었다. 대전 구장 최대 수용 인원은 1만 3,000명이며, 포스트시즌에는 자리를 조금씩 넓히면서 1만2,400명만 수용 가능하다. 집으로 발길을 돌려 ‘집관’(집에서 야구 관람)을 하거나 아쉬운대로 인근 호프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TV 단체관람을 하기도 했다. 한 팬은 인터넷에 “금요일이라 회사에서 회식을 했는데 나는 ‘몸이 안 좋다’고 하고 집에 와서 야구를 봤다”고도 했다.
경기 내용은 아쉬웠다. 무려 12개의 잔루를 남기며 2-3 한 점 차로 진 것도 아쉬웠지만, 선수들도 오랜만의 가을 야구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주루사가 속출하며 득점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비록 경기는 내줬지만, 1만2,000여 관중들은 9회말 경기 종료까지 자리를 지키며 11년 만의 가을 야구를 즐겼다. 오렌지 물결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됐다. 한화 팬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최!강!한!화!”를 연호하며 다음날 2차전 승리를 염원했다.
대전 구장은 인근 교통편도 열악하다. 인근에 지하철도 지나지 않아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려 나오면서 극심한 교통 불편을 겪었다. 팬들은 그러나 지하철 역까지 약 2㎞를 걸으며 아쉬웠던 경기 내용을 되씹었다. 그러면서 “내일은 대전 구장 안팎을 모두 오렌지 색깔로 덮어버리자”라며 한 목소리로 2차전 한화의 승리를 기원했다.
대전=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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