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화생명이글스 파크가 가을 야구를 앞두고 11년 만에 후끈 달아올랐다.
19일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한화-넥센전이 열리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경기는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리지만, 경기 시작 훨씬 전인 오후 1시부터 표 판매 창구에는 취소 표를 사려는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KBO는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티켓 예매를 시작했는데, 1차전은 15분, 2차전은 20분만에 1만2,4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어쩌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는 5차전(대전구장) 입장권도 10분 만에 다 팔렸다. 한화 팬들은 그러나 ‘혹시라도 취소되는 표가 있지 않을까’ 현장 구매를 위해 하염없이 기다린 것. 반면,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클릭 전쟁’ 끝에 어렵사리 표를 확보한 팬들은 대전구장 인근 식당이나 카페에 앉아 ‘표 획득’ 무용담을 늘어 놓으며 느긋하게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 예매에 실패해 이날 오전 11시부터 와 있었다는 손재준(25ㆍ대전시 중구)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화) 어린이 팬이었다”라며 “중학교때 TV로 한화 가을야구는 보고 11년 만에 가을 야구인데 반드시 현장에서 보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는 입장권을 판매, 혹은 매입한다는 사실상 ‘암표’ 거래 요청 글이 수백 건이나 쇄도했다. 외야 자유석이 4만원에, 응원단상 근처 내야석은 장당 5만원에 호가됐다. 1층 내야 지정석은 무려 장당 1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글을 게시한지 10분만에 판매 완료됐다. 오랜 기다림에도 현장 표 구입에 실패한 한 팬은 “대전 구장을 새로 지어 관중석을 늘리든지, 암표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1년 만에 처음 가을 야구를 준비한 한화 구단 직원들도 정신이 없다. 마지막 포스트시즌진출이었던 2007년 당시 마케팅팀 ‘막내’ 직원이었던 임헌린 홍보팀장은 “당시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며 “팬들의 입장에서 마케팅 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당장, 한화 구단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내놓은 가을 야구의 상징 ‘가을 점퍼’가 대인기다. 전통적인 구단 상징색인 주황색과 회색을 섞어 2가지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이 점퍼는 3주 만에 4,000여 벌이 팔려나갔다. 지난해 일반 점퍼 판매량이 290벌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날개 돋힌 듯’ 팔린 셈이다. 포스트시즌을 겨냥한 캐리거와 기념 패치, 기념구 등도 인기다. 선수 유니폼과 캐릭터 등을 판매하는 이글스숍도 이날 새벽부터 물건을 들여놓고 정리ㆍ정돈하느라 분주했다. 오후 4시부터 개장 예정이었지만 팬들은 이미 매장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대전 구장 1만2,400석에는 오렌지색 장미 한 송이와 함께 “지난 11년 동안 성적을 떠나 불꽃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메시지가 선물로 놓여졌다. 임헌린 홍보팀장은 “오렌지 색은 한화 이글스의 전통적인 색깔이기도 하고, 열정과 에너지를 상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응원단도 분주했다. 대형 깃발을 꺼내 점검하는가 하면 수 차례씩 흔들어보며 사전 연습에 한창이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최!강!한!화!’를 외치는 팬들의 육성 응원이 대전 구장 곳곳에 가득했다. 대전 구장 근처 지역 먹거리 업체들도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대표적인 지역 먹거리 닭강정 가게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식당과 편의점들도 ‘가을 야구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대전=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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