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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연구 기대합니다”…과학자 지원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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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연구 기대합니다”…과학자 지원 나선 기업들

입력
2018.10.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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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우리나라에 노벨 과학상은 없었다. 선진국들에 비해 기초과학 연구 역사가 훨씬 짧은 만큼 단기간 안에 노벨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는 기초과학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연구 현장의 과학자들이 체감하는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래서 기업들이 나섰다. 우수한 성과를 내온 연구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미래의 유망 과학자를 발굴하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지원에 과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파크는 과학 대중화에 적극적이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2014년 사재를 출연해 공익 과학재단인 카오스재단을 설립한 이래 공개 강연과 지식 콘서트, 온라인 동영상,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국내외 석학들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는 카오스재단의 과학 공개 강연은 최근 3년간 현장 수강자가 1만1,000여명, 동영상 시청자가 78만명에 이를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특정 주제를 놓고 과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평소 과학에 무관심하던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카오스재단 측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과학이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과학 대중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역시 2016년 사재 출연금으로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지난해부터 한 해에 5명씩 신진 과학자를 선발해 각각 5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선발 20년이 지나는 2036년에는 총 100명의 과학자들이 재단의 연구비 혜택을 받게 된다. 서 회장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게 30세 즈음이었고,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밝혀 생명과학의 문을 연 때도 30대였다”며 “우리 재단의 지원을 받은 젊은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산출해내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도레이그룹은 일본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에 과학진흥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지원을 펼쳐왔다. 과학기술의 근본이면서 산업 발전에도 필수인 화학 및 재료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올 1월에는 국내에도 한국도레이과학재단을 출범시켜 첫 수상자와 연구기금 지원 대상자를 발표했다.

로레알과 화이자제약은 오래 전부터 과학계를 꾸준히 지원해온 기업들로 꼽힌다. 로레알코리아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공동으로 총 69명의 뛰어난 여성 과학자를 발굴, 수상해왔다. 생명과학 분야에 한정됐던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은 지난해부터는 수상 영역을 전 과학 분야로 확대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관하는 의학상을 1999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부문의 우수한 논문을 선정해 그 연구자에게 상을 수여해온 화이자의학상은 지난 2016년부터 중개의학 부문을 신설했다.

지난 8월 21일 경기 가평 한화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화사이언스챌린지' 본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지난 8월 21일 경기 가평 한화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화사이언스챌린지' 본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은 과학영재들의 경연대회인 ‘한화사이언스챌린지’를 8년째 주최하며 과학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구를 구하라’라는 주제로 에너지와 바이오, 물, 기후변화 등과 관련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겨루는 이 대회는 누적 참가자 수가 1만명을 넘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과학에 대한 열정이 집약된 참신한 연구 결과들이 미래 인류 발전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참가한 모든 학생들이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 유력 기업들이 과학 지원 활동에 속속 나서면서 기업이나 민간 기관의 도움으로 좋은 연구성과를 내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배출한 선진국들의 사례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노벨 과학상을 받은 과학자 총 599명 가운데 28명이 기업 또는 민간기관에 소속돼 있거나 지원을 받았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별도로 기업이나 민간기관의 연구비를 받은 경우까지 합하면 노벨상에 미치는 민간의 영향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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