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5%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반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여파로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세계 경제 및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6.5% 이상)에는 부합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치다. 또 시장 전망치인 6.6%보다도 낮은 수치다. 중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에 6.9%를 기록한 뒤 계속 정체 내지 둔화해왔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6.8%, 6.7%였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져 왔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실제로 부과하기 시작한 게 지난 7월부터이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전체적으로 중국 경제는 합리적인 구간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을 서둘러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냉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낮아졌지만 무역활동이 크게 늘어난 건 미국의 관세 부과를 의식해 미리부터 거래한 물량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고 종합 대책이 없는 한 경제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컨설팅회사 트리비움은 “무역전쟁의 진짜 충격은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전날 3% 가까이 급락하면서 최근 4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환율전쟁’은 피했지만,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7위안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최근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3위안 안팎이던 지난 4월 고점(高點)에 비해 10%가량 평가절하돼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자 글로벌 소비시장의 큰 축인 만큼 중국 경기의 둔화 조짐은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무역전쟁 격화로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무역 성장률이 지난해 5%에서 올해 3%로 하락했으며 내년에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은 중국 증시와 동조 경향이 뚜렷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다음주에 홍콩ㆍ광둥(廣東)성ㆍ마카오를 잇는 55㎞의 세계 최장 강주아오(港珠奧)대교 개통식에 참석하고 광저우(廣州)ㆍ선전(深圳) 등 개혁ㆍ개방의 상징도시를 방문한다. 톈안먼(天安門)사태와 소련 붕괴 등으로 어수선했던 1992년 초 덩샤오핑(鄧小平)이 선전ㆍ주하이(珠海) 등지를 돌며 개혁ㆍ개방 전략을 안착시켰던 남순강화(南巡講話) 행보의 재연이다. 대미 무역협상 사령탑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날 미국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한 점에서도 무역전쟁의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