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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켈리 고성ㆍ삿대질… 트럼프 백악관 내분 점입가경

입력
2018.10.19 15:50
수정
2018.10.19 22:3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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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왼쪽)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이 18일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존 볼턴(왼쪽)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이 18일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 둘이 백악관에서 고성에 삿대질까지 오가며 격하게 맞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중미의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에 강경대응을 주문하면서 존 켈리 비서실장을 공격한 것이다.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이어 같은 해병대 장성 출신인 켈리 실장마저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며 백악관 참모진의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에서 볼턴 보좌관과 켈리 실장의 격렬한 말다툼이 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둘 사이에 오가는 고성이 워낙 심해 백악관 직원들은 누군가 바로 사임하는 것 아니냐고 수군댔다”면서 “통상적인 논쟁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이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이 대거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며 “멕시코가 중단시킬 수 없다면 미군을 소집해 남쪽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촉발됐다.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의 이민자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몰려들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배정된 2억6,000만달러(약 2,945억원)의 지원금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볼턴 보좌관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향해 “이제 일을 좀 해야 한다”고 면박을 줬다. 켈리 실장이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닐슨을 장관으로 천거했던 만큼, 사실상 켈리 실장을 향한 독설이나 마찬가지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주장한 볼턴의 편을 들었다”고 전했다. 궁지에 몰린 켈리 실장이 격노한 것은 당연했다.

앞서 5월에 전조가 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닐슨 장관을 몰아세우며 논쟁을 벌였고, 닐슨은 사표를 작성할 정도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멕시코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은 대응 수위를 둘러싼 논란뿐만 아니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주요 이슈다. 따라서 백악관은 핵심 참모진이 정면 충돌한 초유의 사건에 대해서는 딱히 부인하지 않은 채 민주당을 헐뜯는 데 주력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정부는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려 혼신을 다하는데, 민주당은 국경을 활짝 열어놓은 채 아무런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이민자 규제) 법안에 민주당이 반대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표심에 호소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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