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마이크를 잡아 ‘막걸리 해설’ ‘사이다 해설’로 화제를 모았던 최용수(47). 그가 짧은 ‘방송 외도’를 마치고 다시 그라운드에 선다.
2년 4개월 만에 프로축구 FC서울 사령탑을 다시 맡은 최 감독은 20일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른다.
현재 9위인 서울은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 프로축구(1부)에 스플릿 시스템(시즌 막판 상하위 그룹 구분)이 도입된 뒤 처음 하위(7~12위) 그룹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며 2부 강등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자 지난 해 여름 중국 프로축구 장쑤 감독에서 물러나 와신상담 중이던 최 감독에게 급히 ‘SOS’를 쳤다.
최 감독은 복귀전 상대 제주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7년 전 그가 서울의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처음 만난 팀도 제주였다.
2011년 4월, 서울은 시즌 초반 깊은 부진에 빠지자 황보관 전 감독을 7경기 만에 경질했다. 당시 서울 단장이었던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최용수 수석코치를 만나 “비상 상황이다.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어 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한 총장은 “그 때만 해도 최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였다. 팀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 선뜻 수락하겠다고 한 배짱이 놀라웠다”고 했다.
2011년 4월 30일. 비가 쏟아져 양복이 흠뻑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최 감독은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서울은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고 그는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그 전까지 한국 감독들은 아무리 기분 좋은 득점이 나와도 티를 잘 내지 않았다. 감독은 근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후에도 골이 터질 때마다 온 몸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너무 과한 몸짓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하나의 문화로 차츰 자리 잡았다. 지금은 선수보다 더 감격스러워 하는 감독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최 감독은 감독대행 첫 해 16팀 중 14위였던 정규리그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대행 꼬리표를 뗀 이듬해에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지도자 최용수’의 시대를 열었다. 2016년 여름 거액의 연봉을 약속 받고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그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3년), FA컵 우승(2015년) 등 서울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최 감독은 제주에도 상당히 강했다.
17번 만나 9승6무2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한다. 2015년 8월, 1-2로 패하기 전까지 제주를 상대로 14경기(9승5무) 연속 무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딱 두 번 졌을 때 적장이 지금 제주 사령탑인 조성환(48) 감독이라는 점도 얄궂다. 최 감독과 조 감독의 상대전적은 2승1무2패로 팽팽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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