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확실히 사망한 것 같다. 매우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와 터키를 긴급 방문하고 귀국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브리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카슈끄지 사건에 사우디 정부 측이 상당히 깊게 관여해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에 대한 후속 대응 가능성에 “매우 혹독할 것이다. 나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두고 보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우디와의 관계를 조정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에 맞서 우선 조사 내용을 두고 보자며 사우디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 왔는데, 이번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의 브리핑과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 내용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 정보기관들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사건의 책임자라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의 배후에 대한 결론을 내는 것은 “지금은 너무 이르다”라는 유보적 입장은 유지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슈끄지 실종 사건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결론을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조언했다”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가 “1932년부터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라며 “대(對)테러 전쟁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언론은 트럼프 정부 내에 카슈끄지 사건 대응을 놓고 내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사우디에서 23일부터 열리는 ‘사막의 다보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ㆍ폼페이오 장관과 상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트럼프 정부의 입장 변화를 반영한다. 비슷한 시기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 리엄 폭스 영국 국제무역장관,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도 불참 입장을 밝혔다.
◇터키 경찰, 시신 유기 추정지역 수색 중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실종’된 카슈끄지의 행방을 찾고 있는 터키 경찰은 18일 영사관과 영사관저를 수색해 그의 유전자 흔적을 발견했으며, 카슈끄지가 실종된 지난 2일 영사관을 떠난 차량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터키 경찰은 범인들이 카슈끄지를 살해하고 이스탄불 근교 벨그라드 숲이나 90㎞ 남쪽으로 이동하면 있는 소도시 얄로바에서 그의 시신을 처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미 해당 지역을 수색 중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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