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의 기름을 보관하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고양저유소가 폭발이나 화재위험에는 무방비로 노출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은 18일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고양저유소 기름탱크에 화재를 막는 화염방지기가 유증환기구 10개 중 1개에만 설치돼 있는 등 여러 부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화염방지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설치 의무가 규정된 화재 예방 장치다. 그런데도 저유탱크의 유증환기구 10개 중 9개에는 화염방지기를 설치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증환기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의 관리도 허술했다. 외부 위험을 차단하는 망이 찢어지거나 틈이 벌어져 불이 옮겨 붙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 부실하게 관리돼왔다.
탱크 주변의 안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불이 붙을 수 있는 잔디를 심거나 아예 풀을 깎은 뒤 생긴 건초 더미를 인근에 그대로 방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근무 시스템도 총체적인 부실 관리의 원인으로 경찰은 지목했다.
사고 당일은 휴일로, 당일 근무자는 총 4명이며 그 중에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통제실에서 근무한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비상상황 통제 인력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통제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역시 화재 등 감시용이 25대나 설치 돼 있었으나, 화면이 작아 잔디의 불이 나는 것을 곧바로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쯤 고양 저유소 내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폭발이 일면서 불이 났다.
경찰은 저유소 뒤편 터널 공사 현장에서 A(27ㆍ스리랑카)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면서 잔디에 불이 붙었고 이 불이 저유소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 A씨를 입건했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을 잡는 데만 17시간이 소요됐고, 석유 260만ℓ가 불타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경찰은 문제가 된 인화방지망과 화염방지기 납품업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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