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고용세습 논란의 진원지인 서울시교통공사가 노조 입김에 휘말려 정규직 전환 특혜를 주려고 편법적 시험을 치른 일련의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한국당은 서울시 산하를 비롯한 공기업ㆍ기관 전반의 부당채용을 캐내겠다고 작심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18일 교통공사에서 3년 미만 근무한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일반직(정규직 7급) 전환을 위한 시험절차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의 입김에 따라 노골적인 편법으로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세상에 이런 시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화면으로 내보이며 시험 과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김 사무총장은 “2016년 9~12월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채용된 교통공사 노조의 가족과 친인척까지 전부 시험을 보도록 했는데, 이는 노사합의서를 무시한 방침 수정”이라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체결된 노사합의서에는 2017년 이전 입사자는 2019년 하반기에 시험을 보기로 했는데 노조 압력 탓에 올 9월 1년 앞당겨 치르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그 이유가 올 7월 치러진 시험이 터무니없게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해당 시험은 100점 만점에 60점이면 합격”이라며 “공사 게시판 글을 보면 사나흘만 공부하면 치를 수 있는 수준이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3.6%의 합격률도 공개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반 공채에선 경쟁률이 65.9 대 1이다”라고 부연했다.
사실상 모두 합격시키는 쉬운 시험이 되자 노조가 시험을 거부하던 태도를 바꿔 연내 시험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국당은 주장했다. 앞서 6월 민주노총 측 노조는 “탈락 가능성이 있는 시험은 문제”라며 ‘100% 합격’을 요구하며 시험을 거부했다. 실제로 7월 응시율은 37%에 그쳤는데, 한국당은 이를 “노조의 시험 방해행위 탓”이라고 봤다. 하지만 합격률이 93%나 되자 노조 측은 올해 안에 추가 시험을 치르자고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9월 14일 농성장을 찾았고, 7일 뒤 연내 실시 합의가 이뤄졌다.
아울러 김 사무총장은 이날 교통공사 전직 노조위원장의 고용세습 정황도 폭로했다. 그는 “전임인지 전전임인지는 모르겠으나 노조위원장 출신 비정규직 아들이 무기계약직이 됐다가 이번에 정규직이 됐다”며 “(노조 쪽 자녀는 정규직 되는 게) 참 편하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교통공사 외에 다른 곳의 채용 비리도 캐내겠다고 예고했다. 실제 이날 열린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지난 5월 비정규직 22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그 중 10%인 19명을 기존 직원의 친인척으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19명 가운데 15명은 직원들 자녀고, 나머지는 형제자매와 배우자였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SH공사나 농식품공사 등에도 제보가 들어와 검증 중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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