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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방북 수락 교황, 문 대통령에 한반도 평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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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방북 수락 교황, 문 대통령에 한반도 평화 메시지

입력
2018.10.18 2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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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바티칸시티=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바티칸시티=연합뉴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방문했지만, 또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교황님을 뵙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아직도 전쟁을 끝내지 못한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의 대통령이 평화의 상징 교황을 만나는 자리는 성스러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백 년 이어온 관례에 맞춰 문 대통령을 맞이하되 각별히 예우하는 모습도 보였다.

18일(현지시간) 낮 12시 바티칸시티 베드로광장을 거쳐 교황궁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입구에서 간스바인 궁정장관의 영접을 받고 교황 의장단과 인사했다. 교황궁(사도궁)은 교황의 공식 집무실이다. 이어 2층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12시 10분 트로네토(작은 왕좌)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손을 잡고 첫 인사를 나눴다. 단독 면담은 교황 서재에서 약 40분 동안 진행됐다. 외부 인사와 교황이 만나는 것은 종교적 의미로는 알현(audiences)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가톨릭 측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 예방에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 근무하는 한현택 신부가 통역으로 유일하게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동계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 평화를 위해 축원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전하자, 교황은 “오히려 내가 깊이 감사하다”고 답했다. 교황은 특히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청와대 측은 교황이 전체 예방 시간을 1시간으로 늘린 것은 이례적 예우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3일부터 바티칸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는 3, 4년에 한 차례 개최될 정도로 큰 교황청 행사인데도 교황이 시간을 할애해 문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고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단독 면담을 마친 뒤 교황에게 최종태 작가의 성모마리아상 등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의 예술가가 평화의 염원을 담았다”며 올리브 가지와 함께 17세기 베드로성당 그림 작품을 선물했다. 또 “성덕과 복음, 기쁨, 생태보호에 대한 저의 책을 드린다”고 교황이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번역해놓은 교황님 책을 다 읽어봤다. 교황님이 쓴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층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김정숙 여사와 수행원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소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겸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종교구호단체 몰타기사단 회장 자격으로 수행원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쟁반 위에 있던 비둘기 모형과 묵주를 수행원들에게 선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퇴장하며 “대통령님과 평화를 위해 저도 기도하겠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교황님은 가톨릭의 스승일 뿐 아니라 인류의 스승”이라고 인사했다. 예방은 낮 12시 59분 종료됐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교황청의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과 회담을 갖는 것으로 교황청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벨기에 브뤼셀로 출발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7일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만찬회담에서 “강력한 적대관계 속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오늘 미사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다”며 “제가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거기서 연설까지 한 것은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갈러거 교황청 외교장관이 판문점 얘기를 꺼내자 문 대통령은 “(9ㆍ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판문점에서 군인과 무기를 철수하고,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제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비무장지대에서 병력, 무기, 지뢰를 제거하고 생태평화공원을 만들자고 합의했다”고 덧붙였고, 피롤린 국무원장은 “아주 좋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시티=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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