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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에 맞추나… 미VS캐나다 ‘후안 데 푸카 해협 분쟁’

입력
2018.10.19 15:34
수정
2018.10.19 18:4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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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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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연어가 캐나다에서 잡히고, 캐나다산 연어가 미국에서 잡히는 재미있는 곳이 있다. 북아메리카 지도에서 서쪽으로 미국-캐나다 국경을 쭉 따라가다 보면 ‘후안 데 푸카 해협(Juan de Fuca Strait)’이 보인다. 후안 데 푸카는 북태평양 동부 연안, 미 워싱턴주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사이의 해협으로 길이 약 154km, 평균 폭은 약 30㎞다. 이 지역의 명칭은 스페인 국왕 필리페 2세의 후원으로 1592년 이곳을 최초로 항해한 그리스 출신 탐험가 이안니스 푸카스의 스페인식 발음(후안 데 푸카)을 따서 붙였다.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은 1846년에 확정됐지만, 이 해협에 대한 분쟁은 20세기 중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대륙붕은 35마일(약 56km)도 안 될 정도로 좁아 석유, 가스 등의 자원은 많지 않지만 연어, 넙치 등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 또 어업구역 주변에서는 다금속황화물(해저의 고온 작용으로 금,은,동,아연,납 등 세 가지 이상 금속이 녹아서 형성된 물질)이 매장되어 있어 잠재적 경제가치가 상당하다.

영국 더럼대 국경조사센터(IBRU,International Boundary Research Unit)
영국 더럼대 국경조사센터(IBRU,International Boundary Research Unit)

캐나다와 미국은 후안 데 푸카 분쟁에서 국제법상 등거리원칙을 따르는 데는 합의했다. 등거리원칙(Equidistance principle)이란 마주 보거나 인접한 해안을 갖는 국가가 영해, 대륙붕 등의 경계를 기선(基線)상 가장 가까운 점에서, 양국의 동일한 거리에 있는 중간선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1969년 캐나다가 밴쿠버섬 남쪽 해안선을 포함한 부분을 직선 기준선으로 정하면서 논쟁은 시작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해상국제법 원칙에 위배된다며 즉각 반박했다.

1977년 이 논쟁은 본격화했다. 그해 1월 1일 캐나다는 배타적어업수역(EFZ:Exclusive Fishing Zone)을 200해리로 넓히겠다고 선언했는데, 캐나다가 1969년 주장한 직선 기준 등거리선을 적용하면 이 해협은 캐나다의 EFZ에 들어간다. 그러자 같은 해 3월 미국은 이 지역이 자국의 어업보호구역(fishing zone limits)에 해당된다면서 캐나다의 논리를 반박했다. 또 1969년 캐나다가 정한 직선 기준점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두 나라가 각각 지정한 기준선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스위프트슈어뱅크(Swiftsure Bank)라는 조업지역을 포함하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어 피차 양보하기란 쉽지 않다. 스위프트슈어뱅크는 해협 가장자리에 위치한 곳으로, 이 해협 내에서도 수자원이 가장 집중적으로 몰리는 조업 활동의 핵심 어장이다.

그러나 광대한 영토를 가진 두 나라에서 후안 데 푸카 해협은 작은 분쟁지역일 뿐이다. 때문에 그동안 일회적인 논란에 그쳐왔다. 1977년에도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테드 맥도먼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사실 두 나라는 후안 데 푸카 해협 분쟁에 관심이 크지 않다”면서 “캐나다-미국 회담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는 소소한 문제에 힘을 쓰지 않겠다는 눈치다. 후안 데 푸카 해협 문제로 협상하다 보면, 어느 한 쪽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는데, 이는 딕슨 해협 분쟁, 북극자원개발 등의 다른 큰 이슈를 협상할 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후안 데 푸카 해협은 양국의 ‘눈치 싸움용 분쟁지역’으로 남을 전망이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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