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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돈 대신 페트병 내고 터키 지하철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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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돈 대신 페트병 내고 터키 지하철 탄다

입력
2018.10.25 15:53
수정
2018.10.25 18:4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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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최근 터키 이스탄불 도심 번화가 지하철역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판매기의 모습.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을 투입하고 교통카드를 대면, 용량과 품목에 맞게 책정된 현금이 충전된다. 뉴욕타임스 캡처.
그림1 최근 터키 이스탄불 도심 번화가 지하철역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판매기의 모습.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을 투입하고 교통카드를 대면, 용량과 품목에 맞게 책정된 현금이 충전된다. 뉴욕타임스 캡처.

앞으로 터키에선 돈 대신 일회용 페트병을 내고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가 재활용 쓰레기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다. 환경 보호도 실천하고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도 줄이는 일석이조 정책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터키의 경제 중심지 이스탄불 번화가에 위치한 ITU 아야자야 역에는 최근 플라스틱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이 그려진 일종의 쓰레기 자동판매기가 설치됐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투입구에 넣고 교통카드를 올려놓으면 자동 충전 된다. 쓰레기를 곧장 화폐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가격도 책정돼 있다. 0.33L 플라스틱 페트병은 2쿠루(Kuruㆍ터키 동전), 0.5L는 3쿠루, 1.5L는 6쿠루로 환산돼 충전되는 식이다. 알루미늄 캔은 0.5L 당 9쿠루로, 플라스틱보다 좀 더 비싼 대접을 받는다. 하루 지하철 이용권은 약 100쿠루로 1.5L 페트병을 17개를 모으고, 알루미늄 캔이 10개 있으면 공짜로 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터키 정부가 시민들에게 재활용 쓰레기 활용 습관을 고취시키고,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민생고를 덜어주기 위해 혁신적인 쓰레기 자판기를 고안해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올 연말까지 지하철 역과 대학교를 중심으로 25개 지역에 최소 100개의 자동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와 유료 공중화장실 등 사용 범위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자판기가 쓰레기의 경제적 가치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환영하고 있다. 환경 보호 전문가인 일리프 제인기스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쓰레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는데, 재활용의 혜택을 직접 체험하며 실천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스탄불 기술대학교(ITU)에 다니는 한 학생은 “아직 충전기를 이용해보지 않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많이들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터키는 유럽에서도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특히 재활용 정책과 관련해선 낙제점을 받고 있다. 이에 터키 정부는 건국 100주년인 2023년까지 공공부문뿐 아니라 병원 쇼핑몰 등 민간 영역에서도 ‘쓰레기 제로’ 프로젝트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장 대통령궁부터 솔선수범 중이다. 현지 매체 데일리 사바에 따르면 터키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 궁에선 재활용 목적으로 쓰레기를 일단 버리지 않고 따로 모아두거나, 음식물 쓰레기도 최소화하고 있다. 무스타파 오즈트루크 환경도시계획부 차관은 “지난 15개월간 170만톤에 달하던 폐지가 재활용되는 등 쓰레기 제로 정책을 범정부 차원으로 실시한 결과, 3,000만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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