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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원장님이 선생님 때렸어” 이상한 나라의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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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원장님이 선생님 때렸어” 이상한 나라의 어린이집

입력
2018.10.20 09:00
수정
2018.10.20 09: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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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회계감사 “문제 없다”… 원장 사직 후 수천만원 빚 

 식재료 매일 빼돌리는 원장 “아이들 적게 먹이면 그만” 

 지자체에 제보해도 원장에 귀띔… 비리 감시ㆍ처벌 뒷짐 

교사들은 어린이집을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불렀다. 사립유치원의 공금 유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지만 교사들이 목격한 어린이집, 특히 공공재인 국공립 시설의 실태도 매한가지다. 물건은 빼돌리고, 폭언을 일삼고, 업무는 떠넘겨도 원장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이는 드물었다. 보육시설의 각종 비리는 원장들의 끈끈한 커넥션, 그리고 관리기관의 허술한 대응을 양분 삼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어린이집. 기괴하기 짝이 없는 부조리극 앞에 아이들, 학부모, 그리고 보육교사들은 내던져져 있다. 사진=홍인기 기자
교사들은 어린이집을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불렀다. 사립유치원의 공금 유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지만 교사들이 목격한 어린이집, 특히 공공재인 국공립 시설의 실태도 매한가지다. 물건은 빼돌리고, 폭언을 일삼고, 업무는 떠넘겨도 원장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이는 드물었다. 보육시설의 각종 비리는 원장들의 끈끈한 커넥션, 그리고 관리기관의 허술한 대응을 양분 삼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어린이집. 기괴하기 짝이 없는 부조리극 앞에 아이들, 학부모, 그리고 보육교사들은 내던져져 있다. 사진=홍인기 기자

”원장님, 왜 자꾸 우리 선생님을 때려요? 때리는 건 나쁜 건데.”

지난해 수도권 국공립 A어린이집 등하원 버스 안. 네 살배기 아이가 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평소 아이들이 보는데도 손바닥을 휘둘러 보육교사들의 등을 치고, 걸핏하면 머리채를 잡아 온 것으로 전해진 B원장을 향해서다. 이후 교사들이 밝힌 손찌검의 이유는 다양했다.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교사의 옷매무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머리가 단정하지 않았으며, 학부모 앞에서 원장을 거치지 않은 의견을 말해서였다는 것이다.

아이의 ‘돌직구’ 질문에 대한 답은 피했지만, 항의하는 교사들을 향한 원장의 횡포는 멈추지 않았다. “자기들이 여기 관두면, 어디 취업이나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냐.” 원장의 뒷말은 조용했지만 묵직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을 묶는 연대가 워낙 끈끈한지라, 누구도 원장의 폭력에 맞서지 못했다. 한 번 찍히면 지역 내 다른 보육시설에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한 교사는 “식사 중 논쟁하다 교사에게 젓가락을 내던지는 등 (원장의) 폭력이 일상이었는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까지 이어지는 게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애들 앞에서는 차마 부끄러워서 못하겠지 싶어, 교사들이 맞을 때 일부러 ‘아야!’하고 소리치기도 했는데, 애들이 다 아는 걸 확인한 뒤론 오히려 ‘너희 선생님 때린다?’는 식으로 협박했어요.”

A어린이집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마 드러낼 수 없었던 선생님들의 속앓이는 이뿐이 아니었다. 원장의 부적절해 보이는 처신을 목격한 것이다. 교사 누구도 먹은 적 없는 커피믹스나 있지도 않은 드럼 세탁기용 세제 등 각종 소모품 영수증이 운영비 회계에 포함돼 있다거나, 급식업체에 쌓인 포인트를 원장 개인이 상품권으로 받아 일부 교사에게만 나눠줬다거나, 어린이집에 고용된 운전기사가 다른 회사 일에 동원되는 등의 정황을 의심하면서도 이를 알릴 대상도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 나름대로 증거를 수집하려 애쓰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선생님들의 추가 근무 등에 대한 수당 미지급도 빈번했다. 인증평가를 앞둔 올해 설 연휴만 해도 교사들이 연휴 내내 출근해 서류업무에 매진했지만 연휴 마지막 날 나타난 B원장은 ‘선생님들이 자기 일하려고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수당 지급을 거부했다.

이런 문제들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B원장이 스스로 어린이집을 떠나면서다. 원장의 개인사, 교사폭행 등을 문제 삼은 학부모들이 시청에 민원을 넣자 그는 명예훼손으로 부모들을 고소하고 원장직을 내놨다. 국공립 시설인 해당 어린이집 원장을 고용한 주체는 위수탁 계약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 즉 해당 지역 시청이다. 교사들은 각종 의심 정황에 대해서는 시청에 보고했고, 폭행에 대해서는 경찰에 신고했다. 우선 폭행 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고 검찰은 지난달 B원장을 폭행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정치하는엄마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설문조사에서 현직 보육교사 228명 중 72%가 급식비리를 봤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전수조사 방침을 세웠다. 사진=홍인기 기자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정치하는엄마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설문조사에서 현직 보육교사 228명 중 72%가 급식비리를 봤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전수조사 방침을 세웠다. 사진=홍인기 기자

원비 유용 실태가 알려지면서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전국적인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육계에서는 어린이집의 실태도 유치원에 비해 나을 바가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안팎의 관계자들이 털어놓은 일부 어린이집의 실상은 ‘부조리 종합판’에 가까웠다. 급식재료 등 소모품 빼돌리기, 특별활동 및 교재교구나 급ㆍ간식 업체 리베이트, 아동학대, 학대 누명 씌우기나 블랙리스트 협박을 통한 교사 탄압 등에 대한 폭로가 쏟아졌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원장들의 폭주에 대한 감시ㆍ통제ㆍ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에 대한 성토가 컸다. 유아교육 및 보육 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정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조사가 진행 중인데다 취재원에 대한 각종 불이익 및 보복 위협이 커 사건 관계자는 모두 익명 표기했다.

 ◇ “아이와 부모들이 무슨 죄” 

B원장이 돌연 사직한 뒤 어린이집은 혼란에 휩싸였다. 100명 넘는 아이의 수업부터, 운영에 관한 사항, 예정된 각종 행사준비까지 원장 없이 교사들끼리 무리해 꾸려야 했다. 관련 업체에 주지 못한 채 밀린 교재비, 특별활동 버스 임대료 등 각종 미지급금 수천만 원도 떠올랐다. 임시 원장이 파견된 것은 약 2주가 지난 뒤였다.

“그래도 시청이 나섰으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교사들을 당황시킨 것은 오히려 그 이후였다. 7, 8월 5년치 운영자금에 대한 시청의 회계감사가 진행됐고 ‘미지급금은 B원장에게 돈으로 돌려받으면 되고 나머지 영수증 증빙은 문제 될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청 관계자는 “연초 예산 규모에 비해 다소 큰 시설 공사가 추진되고 이 공사비를 먼저 지급하면서 돈의 흐름상 문제가 생겨 다른 업체에 체불금이 있었을 뿐 회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순 없다”며 “이 체불금은 시청이 해당 원장에게 모두 돌려받았다”고 했다.

교사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은 ‘문제가 없다’라거나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다. 감사를 진행한 또 다른 시청 관계자는 “폭행 문제는 민원 접수 당시 ‘그러시면 안 된다’고 행정지도를 충분히 했다”며 “커피믹스나 세제 등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 영수증이 청구됐다는 지적도 안타깝지만 해당 물품을 빼돌리는 현장을 당시 잡아낸 게 아닌데 그런 소모품을 산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됐다고 할 순 없지 않냐”고 했다. 교사들의 증언은 증거로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해당 원장으로부터 3,000만원은 돌려받았고, 최근 새로 발견된 남은 미지급금이 약 1,400만원인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앞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다면 받아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B원장은 통화에서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한 적 없고, 돈 문제는 시청과 모두 깨끗이 해결했다”며 “미납금이 있다면 모두 제가 떠난 이후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으니 묻지 말고 수사기관에 확인하라”고 했다.

재정난에 봉착한 A어린이집은 교재 주문비, 앨범제작비 등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이곳 사정에 밝은 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회계감사를 까다롭게 하는 다른 재단이나 직장 어린이집의 기준에 비하면 여러 증빙 자체가 어설픈 상황이었다”면서도 “원장에 대한 채용, 관리, 감독의 당사자인 시청이 문제를 들추는 데 적극적일 까닭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교사는 “여기서 해고돼도 어쩔 수 없고 어린이집으로 마지막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교사들이 어렵게 문제 제기를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라니 허탈할 따름”이라며 “남은 빚을 운영비로 갚아나가야 한다면, 왜 이 피해가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올 초 한국보육진흥원 인증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 “과일 잘게 조각 내며 자괴감” 

이런 황당한 부조리극은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펼쳐진다. 원장들이 느슨한 감시와 처벌의 한계를 모를 리 없다. 교사들이 증언하는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의 행보는 가히 공공연하다. 부당 행위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 △횡령(식재료 및 물품 유출, 페이백 등) △노동탄압(연차휴가 금지, 휴게 금지, 수당 미지급 등) △여타 갑질(블랙리스트, 원장평가 감시, 아동학대 협박 등) △근무태만(외출, 겸직 등)이다.

유아동 120명 이상 규모의 서울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에 재직 중인 C교사는 원장과 조리사의 식재료 반출이 “매일 일어난다”고 했다. 15년 이상 경력 C씨를 비롯해 20년 이상 경력 교사까지 보는 눈이 수두룩한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식빵부터 콩나물, 조미김, 라면까지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비리를 막기 위해 특정 업체에서만 주문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애당초 필요 이상으로 주문하거나 아이들에게 적게 먹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C교사는 “아예 어린이집 식단표와 원장님 저녁식탁 메뉴가 같다고 보면 된다”라며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잘못됐다는 생각조차 없이 조리사가 처음부터 본인과 원장님 몫을 떼어놓는 수준”이라고 했다. “교사들이 참다 못해, 작년 회의시간에는 ‘몰래도 아니고 보는 눈이 다 있는데도 가져가시는 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교사들까지 다 무시하는 처사 아니냐’는 말까지 했는데 ‘남는 게 아까워서 가져간 것뿐’이라는 답이 돌아왔죠.”

물론 ‘남았다’는 항변은 핑계라는 게 교사들 판단이다. C교사는 “아침에 아이들 간식으로 바나나가 나왔는데 개수가 모자라 일부 애들에게 삼등분 해 나눠 주면서 자괴감, 죄책감을 느꼈다”며 “먹지도 않는 교사들의 간식 명목으로 컵라면을 박스로 사놓고, 원장이 ‘임박한 유통기한 때문에 집에 가져간 것뿐’이라고 변명하는 식”이라고 했다. 또 신선도를 고려해 ‘과일은 근처 소매점에서 직접 살 수 있다’고 한 규정을 활용, 인근 업체에서 영수증엔 과일로 표기한 채 된장과 고추장 등 원장이 집에 가져가기 좋은 물건을 사들인다고도 했다.

지난해 ‘김장 사건’까지 발생했다. 120여명이 넘는 아이들 먹일 김치를 담그기 위해 공금으로 양념과 배추를 들여온 와중에 원장이 따로 배추 바구니를 챙겨 나타난 것. 슬금슬금 공금으로 산 양념을 묻히던 원장은 교사들이 힐끗거리자 말했다. “이거 절인 배추는 내 돈으로 사서 내가 가져온 거예요!”

“기가 막히죠? 사소해 보여도 매일 10년 넘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인지. 그렇다고 교사들이 매일 퇴근하는 원장 가방을 뒤질 수도 없고, 증거를 잡아도 구청에 민원을 넣은 뒤 제보자 보호가 안 되잖아요. 지자체에서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쉬쉬하거나 위수탁 원장을 날려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서 봐야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에 속으로만 앓고 있어요.” C교사는 답답한 듯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비리 어린이집, 유치원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공동대표는 “학부모로부터 거액의 원비를 받고도 돈을 안 쓰는 사립유치원 비리의 심각성에 비하면 어린이집은 애당초 여건이 열악하거나 예산 규모가 적다는 상황 때문에 비교적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문제 징후를 아이나 학부모가 포착했을 때는 피해 정도가 심각한 단계로 그 전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교사들이 나설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장 공동대표는 “즉 노동권이 아동권으로 직결되는 상황인데도 유치원, 어린이집 모두에서 원장 갑질에 대한 제어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목격한 원장의 부적절 처신 유형.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어린이집 교사들이 목격한 원장의 부적절 처신 유형.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 “원장님은 외출 중” 

보육교사들이 토로하는 원장의 노동탄압, 갑질, 근무태만의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육아휴직 복직 후 지속적인 직장 왕따를 당했다는 경기도 모 국공립 어린이집의 D교사는 원장으로부터 △학부모 앞에서 폭언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휴게시간 사용금지 △각종 행사로 인한 추가근무 수당 미지급 △임신 전후에 지속된 퇴직 종용 등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다.

D교사에 따르면, 그가 시청과의 상담을 통해 복직해 출근하자 원장은 D교사 반의 폐쇄회로TV(CCTV)를 수시로 돌려보며 “휴지로 바닥 밥풀을 집은 뒤, 바로 책상 모서리 밥풀을 집었는데 그렇게 더럽게 관리하는 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협박했다.

D교사의 동료인 E교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원장은 “이런 세상에 임신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비아냥대기 일쑤였고, 출산휴가 전 마지막 출근 일에는 불러다 “보육교직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복귀 문제는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휴직 중에도, 복직을 앞두고 “예전에 이 어린이집과 잘 안 맞는다는 말 한 적 있죠? 그 말에 책임지라”고 퇴직을 종용했다.

E교사는 “명백히 원장 업무인 월급대장 관리 등 여러 일을 제게 미뤄 나중엔 어린이집 공인인증서, 원장 개인 공인인증서까지 모두 떠맡을 정도였다”라며 “대신 본인은 뜨개질, 독서, 낮잠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등 8년째 엄연히 공공 재원인 국공립 어린이집을 자기 것처럼 생각하며 전횡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도 담당 지자체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퇴직 종용이 계속돼 복직 전 시청 담당 주무관을 찾아가 상담했는데 그 자리에서 ‘당연히 복직할 수 있으며, 불시에 실태 조사를 나가겠다’는 답을 들었어요. 해당 공무원이 다음날 원장을 찾아와 ‘○○○ 교사가 찾아왔었다. 힘드시겠다. 앞으로 교사 관리 잘하셔야겠다’고 말한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됐죠. 이게 지금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D교사)

아동학대 방지용으로 설치를 의무화한 CCTV를 빌미로 원장에게 황당한 협박을 당했다는 교사들은 D교사 말고도 많다. 원장 횡포 탓에 아들이 입대하는 날조차 휴가를 쓸 수 없었다는 F교사는 ‘휴가 불가’를 통보한 동료 교사와 빈 교실에서 언쟁하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했다.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사직서를 쓴 상태입니다. 아파서 쓰러지고, 아들이 결혼하거나 군대에 가도 대체교사를 부르기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F교사)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CCTV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사후 책임소재를 가리고, 논란 상황에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결코 인사관리의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며 “명백한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무엇보다 CCTV를 자꾸 돌려본다는 것 자체가 원장이 해당 근무시간에 교사들과 함께 어린이집 시설 안에서 근무하지 않고 외출하고, 사적 업무를 봤다는 얘기 아니겠냐”며 “직장 어린이집이나 기업 재단의 어린이집 등 관리가 엄격한 곳일수록 원장의 외출 시간을 제한하는 등 근태점검에 철저한데 가정, 민간 어린이집은 물론 국공립 시설에서 오히려 이런 관리가 너무 허술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비리나 갑질 원장으로부터 어린이집이 자유로울 수 있는지 여부가 그저 운에 맡겨진 상황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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