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저가 주택은 시세의 95%까지 공시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반면 강남의 고가주택은 시세의 25% 밖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엉터리로 산정되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상대적 세금 혜택을 보고 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억1,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1억4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95%에 달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64억5,000만원에 팔린 강남구 역삼동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6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했다.
지난해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서 거래된 50억원 이상 단독주택 11곳의 시세반영률도 38%에 그쳤다. 52억원에 거래된 송파구 방이동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17억7,0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34%, 78억원에 팔린 서초구 방배동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33억8,000만원으로 43%에 머물렀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등 대기업 회장과 연예인이 많이 사는 성북구 성북동의 단독주택 시세반영률도 4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감정원이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스스로 조사ㆍ산정하고, 셀프 검증하는 시스템이 고무줄 시세 반영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현 실거래가 과세 시스템은 거래가 빈번한 서민 저가주택만 시세반영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공시가격 산정시 사용한 자료들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불공평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을 스스로 조사하고 나홀로 검증하는 셀프 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학규 감정원장은 “공시가격 산정은 감정평가사들이 하는 것으로 감정원의 직접적인 업무는 아니다”며 “하지만 앞으로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격 반영비율을 높이고 각 부처별로 다른 과표기준도 일원화할 것을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하겠다”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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