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
전경수 지음
눌민 발행ㆍ228쪽ㆍ1만5,000원
1차 세계대전 때 유배된 남태평양섬 트로브리안드에서 원주민들을 상대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인류학을 ‘의자(chair)에서 현장(field)으로’ 바꿨다는 평을 듣는 브로니슬라브 말리노브스키(1884~1942)에 대한 간략한 평전이다. 쿨라 교역과 공생론에 이어 저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건 3장 ‘말리노브스키의 섹스론’이다. 트로브리안드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결혼하려면 밥을 같이 먹는다. 그래서 ‘우리 문명인’과 달리 트로브리안드 사람들은 성관계 장면은 자연스레 노출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이 말리노브스키의 책 ‘야만인의 성생활’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거의 잊힌 이유로 꼽는다. 프로이트 심리학이 섹스를 욕정으로 그려냄으로써 사실상 포르노가 되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면, 프로이트 책을 정독한 말리노브스키는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는 얘기다. 우리 시대의 위선과 직결되어 있는 이 문제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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