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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일하다 소에 치여 골절 절단...구제역ㆍAI에 시름 깊은 방역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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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일하다 소에 치여 골절 절단...구제역ㆍAI에 시름 깊은 방역사들

입력
2018.10.19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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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방역사들은 가축감염병이 발생하면 농가 앞을 지키고 초동방역에 나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방역사들은 가축감염병이 발생하면 농가 앞을 지키고 초동방역에 나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매일 소를 마주하게 되는데, 뒷발에 차였던 그날이 자꾸 떠오르네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방역본부)에서 방역사로 일하는 한종대(24)씨는 5월 충북 청주시 한 농장에서 브루셀라병 검사를 하려고 소의 피를 뽑다가 기절했다. 복무 규정상 2인1조가 원칙이지만, 인원이 부족해 소 주인의 도움을 받던 중 겁먹은 소가 뒷발로 한씨의 얼굴을 가격한 것. 정신을 차린 뒤에도 눈 주변 뼈가 골절돼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소 돼지 등 가축의 건강을 도맡는 방역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신음하고 있다. 농장 근처 풍찬노숙은 기본, 홀로 일하다 덩치가 큰 가축에 받쳐 큰 부상을 입는 사고는 다반사다. 아울러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적다고 호소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유행하는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형적인 인력구조가 문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올 6~9월 실시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동자 안전 및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1,034명 중에서 정규직은 49명뿐이다. 실제 위생과 방역을 담당하는 985명이 무기계약직 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무 강도는 세다. 구제역이나 AI 등 가축전염병 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방역사들은 즉시 해당 지역에 급파돼 가축이나 차량 이동을 통제한다. 초동 방역이 조기 종식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방역사들은 현장에 텐트를 치거나 차량에서 쪽잠을 자면서 24시간 대기하기 일쑤다. 방역사 김모(39)씨는 “AI가 가장 지독했던 2014년과 2015년 사이 겨울, 한 달간 집에 들어간 날이 1주일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방역사의 75%를 차지하는 하위직 6, 7급은 월급이 230여만원 정도다.

대형 사고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인력 부족으로 혼자 작업하는 날이 많아 축사에 들어갔다가 소의 뒷발이나 뿔에 치여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안면마비가 생긴 방역사도 있다. 2011년에 한 방역사는 소에 받혀 장기 손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드러난다. 이들의 입사 이후 업무상 사고 경험비율은 21.9%다. 5명 중 1명은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한다는 얘기다. 산업재해율(산업재해로 인한 요양 4일 이상) 역시 2017년 기준 8.8%로 국내 전체 산업(0.48%)의 18배를 훌쩍 넘는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노동환경 개선은 물론 국가방역시스템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측 불가능한 가축을 상대하면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방역사들이 업무상 사고가 많은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며 “인력 확충, 임금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사가 한 축사에서 가축전염병 검사를 위해 소를 끌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방역사가 한 축사에서 가축전염병 검사를 위해 소를 끌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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