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도입한 카풀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가 차량운행 중단과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예고한 18일 오전, 파업으로 인해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큰 대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새벽 4시부터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파업이 첫 스타트를 끊은 새벽 시간, 서울 이태원과 신촌 부근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는 승객들과 이들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태원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길인 대학생 최수민(22)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카카오 택시가 잡혀서 파업하는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오피스 타운인 서울 삼성동과 여의도 일대 직장인들 역시 평소와 다른 점은 체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혜화동 자택에서 여의도 회사까지 택시를 타고 출근한 한모(52)씨는 “7시 20분쯤에 집 근처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3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근하지만 이날 택시를 이용했다는 현대카드 직원 이선호(33)씨는 “마포에서 여의도까지 이용했는데, 택시 잡기가 딱히 어려운지도 그렇다고 거리가 한산한 것 같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단 인천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로 가려는 승객들이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일도 있었다. 평소 수원역에서 택시를 타고 인근까지 이동해 용인 소재 직장으로 출근한다는 임지후(34)씨는 “원래 수원역 앞은 택시가 넘치는 곳인데 오늘은 오전 6시40분부터 7시 넘은 시간까지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며 “카카오택시도 계속 무응답이라 결국 통근버스를 놓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 고양시 삼성동에 거주하는 허용자(73)씨 부부는 “서울역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택시를 잡았지만 결국 잡지 못해 7시 50분 기차를 놓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파업 예고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나온 택시 기사들은 “아침 저녁 출ㆍ퇴근 영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인데 카풀이 도입오면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집회 참여 의지를 보였다. 단, 파업은 의무 참여가 아닌 자율참여인데다, 생계 등의 이유로 오전 영업을 한 뒤 집회에 참가하는 택시기사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이날 아침 연희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53)씨는 “파업에 동참하고 싶어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거라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2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집회에는 전국 각지 택시 업계 종사자들이 참가해 “자가용 불법 유상 운송행위 알선을 근절해 택시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 계획이다. 주최 측은 이날 최대 5만명의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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