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의 한 기술대학에서 17일(현지시간) 폭발과 총격이 벌어져 최소 17~1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러시아 당국은 이 사건 성격을 ‘테러’라고 규정했다가, 이후 ‘다중 살해’로 정정했다.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림반도 동부 항구도시 케르치시 보이코바 거리에 있는 ‘케르치 기술대학’에 이날 낮 12시 20분쯤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가스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후 관계당국은 “테러에 의한 고의적 폭발”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중대 범죄 수사기관인 연방수사위원회는 “기술대학 구내식당에서 금속 파편들로 채워진 정체불명의 폭발물이 터졌다”면서 테러 행위 수사에 착수했다. 대통령 직속 대테러기관인 국가근위대 역시 사제 폭발장치가 있었다면서 테러 공격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연방수사위원회는 사건 용의자를 공개하면서 범행 성격도 ‘테러’가 아닌 ‘다중 살해’로 수정했다. 위원회는 “사건 용의자는 이 학교 4학년 재학생인 18세 블라디슬라프 로슬랴코프로 파악됐으며, 그는 자살했다”며 “총상을 입은 그의 시신이 학교 시설 중 한 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용의자가 소총을 든 채 학교에 들어오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그가 다른 학생들을 사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림공화국 정부 수장인 세르게이 악쇼노프도 “용의자는 기술학교 4학년생이며, 테러 후 자살한 그의 시신은 도서관 2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총격 용의자가 혼자 범행한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범행 동기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시 학교에 있던 한 학생은 “폭발 후 15분간 총격이 이어졌다. 학생들이 혼비백산해 학교 건물에서 나와 담장을 넘어 도망쳤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사상자 집계는 각 기관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사고 직후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는 ‘10명 사망, 50명 부상’이라고 발표했다. 악쇼노프는 이후 “사망자가 18명으로 증가했고, 부상자는 4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연방수사위원회는 17명이 숨졌다고 했고, 현지 재난의료센터는 1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사상자는 주로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사망자는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던 크림반도는 2014년 3월 현지 주민들의 주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에 병합됐다. 러시아는 귀속 찬반 투표에서 주민들의 96.7%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자국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강제점령으로 규정하고 영토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방 역시 우크라이나 주장에 동조하면서 러시아를 비난하고 대러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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