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캠프가 산사태에 무너져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히말라야 원정대 5인’이 사고발생 6일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 왔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히말라야 원정대 시신이 도착한 17일 새벽, 운구 과정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이들을 맞았다.
밝은 미소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히말라야를 찾았던 아들이 차디찬 주검으로 변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을 故 이재훈 대원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다 운구되는 길을 막아서며 주저앉았다. 이 대원의 뒤를 故 임일진 감독, 故 유영직 대원, 故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故 김창호 대장이 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선 원정대는 지난 12일, 해발 3천 500m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후 산기슭에 남아있던 다른 대원의 신고로 출동한 네팔 현지팀의 수색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됐다.
산악인들은 루트 개척도중 동료들이 희생되면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빙벽’에 소개된 시를 인용해 고인들의 희생을 기린다고 한다. 히말라야에 영혼을 묻은 산악인들을 위한 헌사를 소개한다.
친구인 네게 이 유서를 남기마/ 내 어머니를 만나다오/ 그리고 말해다오, 난 행복하게 죽어갔다고/ 난 어머니 곁에 있었기에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았다고/ 내 아버지에게 전해다오, 난 사나이였노라고/ 아우에게 전해다오, 이제 네게 바통을 넘긴다고/ 아내에게 말해다오, 내가 없어도 살아가라고, 네가 없어도 내가 살았듯/ 내 아이들에게 전해다오, 너희들은 암장에서 내 손톱자국을 보게 될 거라고/ 그리고 친구여, 네게는 이 한마디/ 내 피켈을 집어다오/ 피켈이 치욕으로 죽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어딘가 아름다운 페이스에 가져가다오/ 거기에 피켈만을 위한 작은 케른을 만들어다오/ 그 위에 나의 피켈을 꽂아다오 -로제 뒤플라의 시 ‘그 어느 날’
만물을 창조한 신(神) 조차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어 어떤 언어로도 호칭을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처럼 두 분의 심경은 어떨까...차마, 상상조차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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