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벌어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일전 준결승 중계 영상을 유튜브에서 다시 찾아 봤다. 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관중들이 찍은 ‘직캠’은 더 감동적이다. ‘안경선배’ 김은정이 마지막 스톤을 던졌을 때 고요하던 관중석은 스톤이 하우스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고조된다. 우리 스톤이 일본보다 버튼 가까이 멈추자 비로소 터지는 엄청난 함성. 무표정한 표정으로 ‘빙판의 돌부처’라 불리던 김은정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관중석에 손 키스를 날리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얼싸안고 울었다. 한국은 이틀 뒤 결승에서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지만 여자 컬링 팀은 평창올림픽이 낳은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김경두 전 회장, 중징계 불복 법정으로
평창의 감동이 있은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 컬링의 현주소는 암울하다.
‘한국 컬링의 선구자’로 통하는 김경두(62)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둘러싼 징계 논란이 끝내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김 전 직무대행은 1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문기일에 참석해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자신에게 내린 1년 6개월 자격 정지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달 21일 대한컬링경기연맹을 상대로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 직무대행은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남자컬링, 믹스더블 컬링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북체육회 컬링 팀의 멘토이자 은메달을 딴 ‘팀 킴’의 사령탑 김민정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감독의 아버지다. 1990년대 초반, 컬링을 국내에 도입한 그는 사유지라도 내놓겠다고 애원한 끝에 경북도와 경북컬링협회, 의성군 도움을 받아 2006년 국내 최초 컬링훈련원을 지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평창올림픽 전 무슨 일이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지난 해 6월 자격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전임 회장 직무가 정지됐고 당시 부회장 중 가장 연장자였던 김경두 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2개월 뒤인 지난 해 8월 대한컬링경기연맹은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됐고 김 직무대행은 ‘60일 이내 새 회장 선거를 치르라’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 위기를 맞았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관리위원회는 김 직무대행에 대한 징계를 질질 끌다가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4개월 뒤인 지난 6월에야 1년 6개월 자격정지를 내렸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심문기일에 참석해 “직무대행으로서 절대 태만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을 6개월 앞두고 회장선거 준비와 동시에 올림픽에 대비한 국가대표 훈련에 집중했다”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 올림픽 준비와 산적한 현안으로 60일 이내 회장선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대한체육회에게 수 차례 준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가 컬링을 관리단체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그는 “2017년 8월 14일 동계올림픽 대표팀 지도자 간담회에서 대한체육회장이 올림픽 경기력향상지원단 TF팀 은폐에 대한 사실을 늦게 보고받고 컬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니 ‘60일 이내 선거 미실시’를 이유로 자신에게 징계를 내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1년 넘게 새 회장 선출 못한 컬링연맹
이번 사건의 실체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 앞서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내홍에 빠진 상황에서 60일 이내 새 회장을 뽑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 직무대행을 징계한 대한컬링경기연맹 관리위원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된 지 1년 4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장 선거를 못 하고 있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이날 대한컬링경기연맹 측은 심문기일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한컬링경기연맹은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부는 오는 26일까지 추가 서류를 받아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판결을 선고할 방침이다. 결과는 2~3주 후에 나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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