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예능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Mnet ‘슈퍼스타K1’은 그간 국내에서 제대로 시도된 적 없던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의 시작을 알렸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 속 원석을 찾는다는 신선했던 시도는 ‘슈스케’ 열풍에 불을 지폈고, 당시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넘어 기록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2016년 마지막 시즌이었던 ‘슈퍼스타K 2016’까지 총 8개의 시즌을 이어왔다.
‘슈스케’ 출신 스타들의 연예계 활약 역시 ‘슈스케’의 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첫 우승자 서인국을 비롯해 허각, 존박,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로이킴, 딕펑스, 박재정, 곽진언, 김필 등은 현재 가요계에서 굵직한 활약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첫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킨 ‘슈스케’에 이어 SBS ‘K팝스타 시즌1’ 역시 지난 2011년 첫 방송 이후 지난 2017년 ‘K팝스타 시즌6-더 라스트 찬스’까지 시즌을 이어오며 1세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MBC ‘위대한 탄생’ 시리즈 역시 같은 시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에 일조했다.
‘슈스케’와 ‘K팝스타’ 시리즈의 성공 이후 야심차게 출발을 알렸던 2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쇼미더머니’가 출발했다. 첫 힙합 서바이벌에 도전했던 ‘쇼미더머니’는 수면 아래에 있었던 힙합 장르의 부흥기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며 첫 시즌 우승자 로꼬를 비롯해 스윙스, 바비, 딘딘, 베이식, 비와이, 씨잼, 행주 등 실력파 래퍼들을 재조명했다.
‘쇼미더머니’로 시작된 힙합 서바이벌 열풍은 Mnet ‘힙합의 민족’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등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3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는 2016년 첫 선을 보인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로 볼 수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 1은 국민 프로듀서들의 투표를 통해 국내 유수의 기획사 연습생 101명 중 최조 데뷔조 11인을 가린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논란과 화제를 함께 불러모았다. 첫 시도에 잡음도 있었지만, ‘프로듀스 101’ 첫 시즌은 최고 시청률 4.4%를 기록하며 아이오아이를 발굴했고, 이듬해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전 시즌을 넘어선 신드롬급 화제 속 워너원을 탄생시켰다.
두 시즌의 성공 속 올해 방송됐던 ‘프로듀스48’은 일본 AKB48과의 합작, 일본 연습생들의 출연 등으로 인한 논란과 팬덤 분열 등으로 전 시즌들에 비해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다만 ‘프듀48’을 통해 탄생한 데뷔조 그룹인 ‘아이즈원’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서바이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은 무려 3세대를 걸쳐오며 국내 예능의 대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파생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만큼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유사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 누적 역시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2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쇼미더머니’와 4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MBC ‘킬빌’, 언더나인틴’, SBS Plus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이 또 다시 시청자들을 찾으며 명운의 기로에 섰다.
지난 달 7일 첫 선을 보인 ‘쇼미더머니’의 일곱 번 째 시즌, ‘쇼미더머니777(트리플세븐)’은 총 상금을 2억으로 상향하고 팀 별로 나눠 가진 상금을 래퍼들에게 배팅하는 방식의 포맷 변화를 알리며 당찬 포부 속 시작을 알렸다.
2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자 Mnet의 대표 네임드 예능인 ‘쇼미더머니’의 새 시즌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첫 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실력파 래펴들의 등장은 호평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평에 비해 ‘쇼미더머니777’은 전 시즌에 비해 다소 낮은 시청률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여기에 최근 불거졌던 15세 참가자 디아크의 사생활 논란 역시 피할 수 없었던 악재였다. 여러모로 ‘원조 힙합 서바이벌’의 귀환이라기엔 다소 아쉬운 모양새다.
이에 대해 Mnet 측은 본지에 “이제 갓 반환점을 돈 상태에서 ‘쇼미더머니777’의 성패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총 10부작으로 구성, 오는 11월 초 종영 예정인만큼 아직까지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논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것.
또 “채널의 특성상 평균 시청률에 비해 타깃 시청률이나 음원 성적, 온라인 반응 등이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라며 “현재 발표된 ‘쇼미더머니777’ 음원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분포해 있고,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발표될 음원이 많은 만큼 기대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세대 서바이벌의 대표 주자인 ‘쇼미더머니’는 현재 7개의 시즌을 이어온 상황. 앞서 선보여졌던 장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숨 고르기에 나선 시기와 비슷한 만큼, ‘쇼미더머니’의 다음 시즌 제작 여부에도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Mnet 측은 현재 유사 힙합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이 같은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 없는 만큼 기존 Mnet의 네임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계속 시즌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Mnet 측은 또 다른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고등래퍼3’에 대해서도 “내년 초 쯤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히며 지속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SBS Plus는 매년 SBS에서 주최해오던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올해 서바이벌 형태로 변경, 새로운 시도를 알렸다. 주로 음악과 관련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가운데 ‘모델테이너를 뽑겠다’는 취지의 ‘2018 슈퍼모델 서바이벌’은 신선한 도전으로 환기를 꾀한 듯하다. 하지만 지난 주 첫 선을 보인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의 감상평을 말하라면, 글쎄다.
‘굳이 서바이벌 예능 포맷을 접목시켜야 했나’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모델의 자질과 엔터테이너의 끼를 모두 갖춘 지원자를 찾겠다는 당찬 포부와 달리 지난 10일 첫 선을 보인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은 그저 모델 체형을 가진 연예인, 셀럽을 뽑는 자리에 지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시니어 모델이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 등의 출연으로 이 같은 논란을 지우고 싶은 모양새다. 하지만 “(참가자의) 얼굴이 예뻐서 뽑았다” “(얼굴이) 아이유를 닮았다. 너무 예쁘지 않냐”는 등의 시대를 역행하는 심사위원들의 외모지상주의적 발언과 “모델로서는 완벽하지만 끼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이 슈퍼모델 선발대회의 본질보다는 ‘예쁘고 잘생긴, 화제성 있는 인물을 뽑겠다’는 의도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게 만들었다. ‘서바이벌 예능’이라는 포맷과 재미에 충실하고 싶었던 건지 의도는 모르겠으나, 매 출연자들에게 붙는 스타 닮은꼴 수식어와 외모를 부각시키는 자막은 덤이었다.
첫 방송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은 서바이벌 포맷의 도입에 걸맞게 국민심사위원제를 도입, 어플을 이용한 실시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연 단순한 연예인이나 셀럽이 아닌 ‘모델’을 뽑는 대회에서 예능을 통해 제작진의 손에서 탄생한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 투표를 진행하는 서바이벌 포맷을 적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3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끝으로 아직 이렇다 할 4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MBC의 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C는 힙합 서바이벌 ‘킬빌’과 10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 론칭을 앞두고 있다.
‘킬빌’과 ‘언더나인틴’은 언뜻 ‘쇼미더머니’와 ‘프로듀스101’의 아류작처럼 보인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킬빌’은 미국 빌보드 차트 점령을 목표로 하는 힙합 서바이벌이라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언더나인틴’은 랩과 보컬, 퍼포먼스 파트의 최강자들을 선발해 차세대 10대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당초 다음 달 편성 예정이었던 ‘킬빌’이 내년 1월로 편성을 연기한 탓에 다음 달 3일 첫 방송을 확정지은 ‘언더나인틴’의 성패가 먼저 결정될 예정이다.
아직 두 프로그램이 제작발표회조차 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앞서 부흥기를 이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점을 담을 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혁신적인 차별성이 없다면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 대중의 관심을 잃기 시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기대보다 우려가 더욱 큰 지금의 서바이벌 예능 시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알린 세 프로그램이 과연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4세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연말과 내년 초까지 이어질 그들의 숙제가 제법 무겁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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