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이상 유출, 수사확대
전남 목포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영어 시험지가 유출된 것과 관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경찰은 학교 교사들이 출제한 문제들이 두 차례 이상 추가로 유출이 됐는데도 시험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7일 전남경찰청과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목포의 한 사립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 영어 시험이 열렸는데, 시험 전에 한 학생이 자습실에서 사전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영어 시험지를 보고 있는 것을 또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휴대전화에는 시험지 상단에‘2학기 중간고사’로 표시됐고 객관식 8개, 주관식 3개 등 11문항이 담겨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자 학생과 학부모 등이 시험지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영어시험에는 총 30문항 중 교사 7명이 2명씩 짝을 이뤄 각각 모의고사, 교과서, 외부 자료를 토대로 10문항 안팎씩 출제하는 데 이 중 일부가 유출된 것이다. 실제로 중간고사 당시 유출된 11문항 대부분이 그대로 출제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자 조사에 나섰다. 사진이 찍힌 시점은 1일 오전이며 교사들은 추석 전인 지난달 중순쯤 11문항을 작성해놓았다.
하지만 경찰과 학교 등이 진상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학생이 지난 2일 교사 연구실에 들어가 USB가 꽂힌 컴퓨터에서 일부 문제를 출력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유출된 시험지는 모두 동일한 것으로, 이 학생은 이 문제를 미리 풀어보고, 의문 문항에 대해 별도로 메모해 두고 시험지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학교 측은 최종본으로 완성된 시험지는 보안을 유지하며 관리하지만, 교사들이 수시로 출입하는 교사 연구실은 시험 기간에도 잠그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진 속 학생과 사진을 촬영한 학생 등의 진술을 토대로 1차 유출 경로를 확인했다. 이 학생은 경찰조사에서 다른 친구한테 한 사이트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시험지를 무단 출력한 또 다른 학생과 출제 교사의 휴대전화와 외장 하드 등을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은 시험지 유출 경로와 추가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전체 시험지를 취합하는 교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에 시험 문제를 입수하고 유포한 사람을 파악하고 있다”며“학교측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하고, 혐의가 드러나는 사람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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