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노동인권센터, LG하우시스 청주공장
조직내 지속적 괴롭힘·따돌림 실태 폭로
사측 “사실과 다르다”반박 회견

LG그룹 계열사인 ㈜LG하우시스 청주 옥산공장 일부 노동자들이 조직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북인권연대와 청주노동인권센터는 1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G하우시스 옥산공장내에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노동자들이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단체들은 “회사의 비호를 받은 사람들의 주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LG는 사람을 파괴하는 비상식적 조직문화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노동자 6명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이날 청주노동인권센터가 발표한 ‘피해노동자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 공장에 입사한 A씨는 2013년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조 지침에 따라 리본을 달고 노란 조끼를 입은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인권센터와의 상담에서 “당시 부서 실장이 ‘리본 왜 하냐?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폭언을 했으며, 이후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A씨는 “부서 팀장이 신입사원에게 인성교육을 시키면서 어울리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나를 지목했다. 이후 처음엔 인사를 잘하던 사원들이 내게 인사도 하지 않고 아는 척도 안 했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과 어린 후배들의 욕설과 폭언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괴롭힘과 따돌림 외에도 잔업과 휴일근로수당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잔업과 휴일근로수당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다들 해야 먹고 사는데, 나는 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대인기피, 불안증세가 심해져 올해 들어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직원 B씨는 팀장 눈밖에 난 동료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 됐다. 동료들이 말을 걸지 않았고, 부서 회식과 연장근로에서 제외됐다. B씨는 회사생활이 엉망이 되자 지난 5월 자동차안에서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청주인권센터는 밝혔다.
직원 C씨는 2005년 작업도중 허리를 다쳐 산업재해 처리를 하려 하자 조용히 있으라는 팀장의 압박이 가해졌다. 이후 따돌림이 시작됐고, 2012년 노조 전임활동을 하자 집단 따돌림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이들 피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발생한 동료 유모(38)씨의 자살도 조직내 ‘왕따’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게 자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유씨가 자살 관련 카페에 집단 따돌림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담한 조광복 노무사는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증언에 나선 노동자는 6명이지만 실제로 피해자는 더 있다”며 “사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왔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은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 온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강력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측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개인간 갈등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B씨의 자살 시도는 휴직중에 발생한 점으로 미뤄 회사와는 관계없는 개인 문제가 원인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실시한 직장문화 설문조사에서 8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문제가 제기된 부서의 경우 업무 강도가 높아 불만이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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