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지 두 달도 채 안 돼 1인당 450만원에 달하는 ‘호화연수’를 떠나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해외 연수에는 의원 10명이 떠나는데 의회 사무국 직원 6명이 동행해 의원 연수인지 직원 연수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김제시의회에 따르면 온주현 김제시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10명과 사무국 직원 6명은 연수비 7,200만원(1인당 450만원)을 들여 17일부터 25일까지 9일간 일정으로 북유럽 4개국 해외연수를 떠났다. 의원들의 이번 연수는 선진국의 복지ㆍ문화ㆍ관광 우수사례 등을 방문해 견문을 넓히고 이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해외연수 일정을 보면 핀란드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공원, 대성당, 마켓광장 관람을 비롯, 야간에는 호화 크루즈에 탑승해 숙박을 하면서 유람한 뒤 스웨덴으로 건너와 바사박물관, 감라스탄 왕궁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짜였다.
연수 4일째인 노르웨이에서는 국립미술관, 오슬로 대성당, 왕궁, 송네피요로드, 바이킹 박물관, 비겔란트 조각공원, 오페라하우스 등을 관람하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 성 바실리 성당 등 국내 여행객이 주로 찾는 관광명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연수는 지역 현안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외 우수사례 견학이 아니라 관광성 외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연수는 김제시의회가 지난 7월 개원해 의정활동을 시작한 후 3개월 만에 벌써 두 번째 해외 나들이다. 온 의장을 비롯한 의원 9명은 지난 8월 김제시 지역에 폭염과 심각한 가뭄으로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4박5일간 러시아로 관광성 연수를 다녀와 비난을 샀다. 시민 박모(57)씨는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외국을 들락거리는지 한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비용도 논란이다. 김제시의원의 이번 연수비용은 1인당 450만원에 달한다. 국내 여행사에 따르면 김제시의원 연수 일정과 비슷한 단체여행 상품이 대부분 250~300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어 호화 연수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일정에는 의원 10명에 의회 사무국 직원 6명이나 동행해 과잉 수행이란 비판도 나온다.
온 의장은 “일반 패키지 여행상품보다 등급이 높은 호텔과 식사가 제공되고, 경쟁이 심한 대도시가 아닌 지역 여행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여행경비가 올라갔다”며 “직원 6명이 참가한 것은 연수 출발 3일 전 의원 2명이 불참하는 바람에 300만원씩 물어야 할 위약금 때문에 불가피하게 직원으로 대체하면서 숫자가 늘었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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