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3선에 성공해 취임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7월 30일 8박 10일간의 일정으로 영국 출장을 다녀왔다. 어학 연수 중인 초ㆍ중등 영어교사 격려 및 현지 점검이 목적이었다. 담당 장학관과 장학사 등 실무진 3명도 동행했다. 김 교육감은 출장 목적 외에도 런던과 포츠머스를 방문해 현지 문화 체험 등도 즐겼다.
김 교육감은 재임 기간인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이번 영국 출장 목적과 동일한 출장을 10차례나 다녀왔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떠났다. 방문국가도 영국만 3차례나 되고,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도 각각 2번씩 방문했다. 일정에는 연수 교수 수업 참관 등도 있지만, 현지 관광지 방문이나 문화체험 일정도 포함됐다. 수행비서를 데리고 떠난 출장도 7번이나 됐다. 동행한 실무진을 뺀 교육감과 수행비서만 쓴 출장비용만 1억원이 넘는다. 모두 전북교육청 예산이었다.
17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김 교육감이 2010년 7월 취임 이후 2011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어학 연수 중인 초ㆍ중등 영어교사 격려 및 현지 점검 목적으로 다녀온 해외 출장은 모두 10차례다. 출장일수를 모두 합치면 94일에 이른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국제 교류 명목으로 다녀온 해외출장 사례는 제외한 것이다.
김 교육감의 항공기 요금을 비롯해 현지 숙박비ㆍ식비 등 출장 경비는 7,486만원이며, 전액 교육청 예산으로 지급됐다. 2016년 8월 캐나다 출장 때 사용한 비용은 1,124만원에 달했다. 7차례 수행비서의 출장 경비 2,784만원도 교육청 예산으로 사용됐다.
10차례 모두 동일한 목적의 출장이기 때문에 일정도 거의 비슷했다. 출장 기간은 6일부터 최대 11일까지 이뤄졌다. 일정은 연수 교사 수업 참관 및 대학 관계자 면담, 캠퍼스 투어, 기숙사ㆍ홈스테이 가정 방문 등으로 4~5일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출장 때마다 일정에 학교가 쉬는 토ㆍ일요일을 포함시켰고, 현지 문화 체험과 유명 관광지 방문 일정도 잡았다. 실제 김 교육감은 2016년 1월 미국 하와이 방문 때는 오아후섬과 비숍박물관, 같은 해 8월 캐나다 방문 때는 이틀간 로키국립공원을 관광했다.
이처럼 김 교육감이 재임 기간 중 같은 명목의 출장을 석달 넘게 나선 것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실무진이 다녀와도 될 출장을 혈세로 외유성 출장을 즐긴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김 교육감이 한두 번도 아니고 교사 격려라는 이유로 실무진이 가도 되는 출장을 혈세를 들여 연례행사처럼 떠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며 “공무를 내세워 방학 때마다 휴가를 즐긴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교육감이 사용한 해외출장 예산 내역을 정확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측은 “정당한 공무였고, 허투루 낭비한 시간은 없었다”고 해명했고,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통해 김 교육감에게 관련 입장을 들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교육감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대변인실이 알려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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