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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원정대 조국 품으로… “영원히 산이 된 사나이들”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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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원정대 조국 품으로… “영원히 산이 된 사나이들” 애도

입력
2018.10.17 20:00
수정
2018.10.17 22: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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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히말라야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한국원정대원 5명이 17일 새벽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 고(故) 김창호 대장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히말라야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한국원정대원 5명이 17일 새벽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 고(故) 김창호 대장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제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17일 오전 6시20분쯤 이재훈(24) 대원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을 보자마자 주저앉았다. 지난달 28일 히말라야로 떠난 아들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을 통해 차가운 몸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 어머니의 통곡에 가족들도 하나 둘 간신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임일진(49) 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51) 대원, 정준모(54)씨, 마지막으로 김창호(49) 대장의 시신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함께한 유족과 산악인 50여명은 울먹이거나 울음을 쏟아냈다. “불쌍해서 어쩌누.” “우린 이제 어떡하라고.” 개의치 말라는 듯 영정 속 원정대 대원들은 환히 웃고 있었다.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해발 7,193m) 남벽 신(新)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가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김 대장과 함께 임 감독, 정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김 대장의 모교 서울시립대에는 원정대의 마지막 원정을 배웅하기 위해 오전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 대원은 경기 의정부시 추병원, 이 대원은 부산 서호병원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합동분향소에는 오전 8시부터 학생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분향소 양 옆 벽에 대원들의 생전 등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영사기를 통해 바뀌는 걸 지켜보며 울먹이는 이들도 있었다. 중간고사 공부 중에 조문을 왔다는 행정학과 2학년 이중훈(23)씨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어문화학과 1학년 이다연(19)씨는 “김 대장처럼 훌륭한 선배가 있는 줄 사고 전엔 몰라 더욱 슬프다”고 했다.

김 대장 등과 함께 산을 오르내린 동료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공항부터 대원들과 동행한 이철주 대한산악스키협회장은 “김 대장은 세계적인 산악인, 이 대원과 임 감독은 같은 닭띠로 함께 즐겁게 등산하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게 됐다”고 했다. 김 대장의 대학생 시절 산악부 지도교수던 이동훈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오전 8시 분향소가 열리자마자 대강당으로 달려왔다. “28년째 함께 산을 다닌 김 대장은 나보다 더 훌륭한 산악인”이라며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대장 아내도 당시 제자였는데 지금은 함께 사고를 당한 대원 유가족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 빈소에도 늦은 저녁까지 고인들의 지인과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대장과 임 감독의 동년배 친구인 염제상(49)씨는 “둘 모두 엄청난 업적을 남겼지만 자신을 내세우거나 떠벌리지 않았다”며 “특히 김 대장은 산이 좋아서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산이었다”고 회상했다. 전양준(49)씨는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친구였는데,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을 겪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씨의 첫째 누나 정순분(63)씨는 “집안의 기둥이자 큰 별인 동생이 허망하게 갔다. 출국할 때 너무 설렌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오후에는 생후 25개월인 김 대장의 딸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모와 함께 와 빈소를 지켰다.

원정대는 지난달 28일부터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현지시간 12일 해발 3,500m 베이스캠프에서 갑작스러운 눈폭풍을 만나 5명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영결식은 19일 오후 2시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열린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인천=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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