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선거구 개편 문제를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어제 시동을 걸려다 또다시 멈췄다. 여야의 7월 특위 구성에 합의에도 불구, 정당별 위원 배분 문제로 출범이 마냥 미뤄져 온 특위가 활동시한을 두 달여 남겨 놓고 문을 열기로 했으나 원내 1,2당이 약속을 어긴 탓이다. 여야는 금명 특위 구성을 매듭짓고 논의 속도를 내 연말까지 선거구제와 의석수 조정을 매듭짓겠다고 강조하지만 출발부터 이렇게 삐걱거리니 전망은 밝지 않다. ‘표심의 비례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에는 여야 모두 동의하지만 구체 내용에 대한 각 당의 유ㆍ불리 계산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정당 지지도와 국회의원 의석 점유율의 불비례성이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2015년 독자적인 연동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의견을 2016년 20대 총선에 적용하면 당시 122석을 얻었던 새누리당은 108석,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에서 102석으로 줄고, 국민의당은 38석에서 84석, 정의당은 6석에서 23석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자독식으로 사표를 양산하는 현행 선거구제가 다수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반증이다.
선관위안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그대로 받아들일리는 만무하다. 야당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던 민주당이 목소리를 낮추고, 한국당이 선거 대표성 및 비례성 강화를 말하면서도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등으로 논점을 흐리는 것이 두 당의 거부감을 잘 보여 준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은 “민심과 의석수 괴리가 심각한 현 선거제는 정의롭지 않다”며 “국회가 먼저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놔야 개혁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다수당을 압박하고 있다.
3개월 전 세상을 떠난 노회찬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의원에게 자신의 권력을 위임하고자 하는 국민을 위한 제도"라고 갈파했다. 실로 정곡을 찌른 말이다. 정개특위가 당과 개개 의원의 이익에 휘둘려 방향을 잃을 때마다 꼭 유념해야 할 지적이기도 하다.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속도감 있게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토록 한 법을 스스로 뭉개는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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