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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적으로... 해학적으로... 현대 사회를 비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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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적으로... 해학적으로... 현대 사회를 비꼬다

입력
2018.10.2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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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안치의 ‘미싱 폴리스맨’의 한 장면. 경찰이 댄스파티를 벌이는 예술가들을 몰래 엿보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쥐안치의 ‘미싱 폴리스맨’의 한 장면. 경찰이 댄스파티를 벌이는 예술가들을 몰래 엿보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문화대혁명 이후 삼엄했던 시기 중국 경찰 한 명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감금된다. 금지된 댄스파티를 하던 예술가들을 염탐하다 들킨 것. 감금은 33년간 이어진다. 그 시간이 지나 탈출한 경찰은 ‘그 동안 뭘 했느냐’는 경찰심문에서 동시대 현대미술의 특징과 근대미술의 다양한 사조들을 줄줄 읊는다. 그를 감금한 예술가들은 유명 작가가 됐고, 감금당했던 경찰은 그들과 문화적 교류를 하면서 예술적 소양을 쌓기에 이른다.

중국 실험영화감독 쥐안치(43)의 ‘미싱 폴리스맨(A missing policeman)’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서울 마포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상영되고 있는 이 영화는 자유를 억압했던 최고 권력(경찰)이 감금돼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자유를 얻었다는 역설적 상황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는 장 샤오강, 쩌춘야, 쉬빙 등 중국의 유명 작가들과 비평가 13명이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다음달 상하이 비엔날레에 출품 예정이었으나, 경찰을 감금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쥐안치는 2000년 발표한 영화 ‘베이징에 강한 바람이 분다(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를 시작으로 현대사회에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비판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베이징에 강한 바람이 분다’는 베이징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베이징에 강한 바람이 분다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눈 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시 밀레니엄을 앞두고 사람들에게 ‘중국이 과연 세계를 변화시킬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을 은유적으로 던진 것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에 맞춰 16일 방한한 쥐안치는 “영화를 공부한 내가 시대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쥐안치는 과학기술 문명에 잠식당한 현대사회를 해학적으로 비꼰 ‘드릴 맨(Drill Man)’,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혁명 운동이 일어났던 1968년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큰 글자(Big Characters)’ 등이 대표작이다. ‘드릴 맨’과 ‘큰 글자’ 역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상영된다.

서울 마포 라이즈호텔 지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쥐안치의 영화 ‘미싱 폴리스맨’이 상영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서울 마포 라이즈호텔 지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쥐안치의 영화 ‘미싱 폴리스맨’이 상영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매체간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회화 등 미술 전시를 주로 하는 갤러리에서 영상 작품만으로 전시장을 채우는 것은 극히 드물다. 쥐안치는 아라리오갤러리가 영상작가로는 처음으로 영입한 전속작가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는 “최근 미디어 아카이브 확대 등 예술영역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매체구분 없이 좋은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쥐안치는 “회화에도 관심이 많다”며 “미술과 영화 경계의 구분을 허무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시장 한 편에는 그가 그린 회화도 일부 소개된다.

중국 신장 출신인 쥐안치는 1999년 베이징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첫 작품 ‘북경에는 강한 바람이 분다’를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 ‘변방의 시인’은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12월9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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