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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현실 사이… 고빗길에 선 카카오 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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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현실 사이… 고빗길에 선 카카오 카풀

입력
2018.10.16 18:49
수정
2018.10.16 2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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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업계 반발에 주춤하던 카카오가 다시 카풀 애플리케이션 출시 방침을 공개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업계의 반발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로 인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서비스를 접거나 축소하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해묵은 갈등을 해결할지 주목된다.

 ◇16일부터 ‘카풀 드라이버’ 사전 모집 

카카오모빌리티는 16일 ‘카카오T 카풀’에서 활동할 크루(드라이버)를 사전 모집한다고 밝혔다. 크루로 활동하기 원하는 사람이 카풀 기사 전용 앱을 내려 받아 차량 정보, 운전면허증 등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심사를 거쳐 기사로 활동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존 카카오T 앱에서 택시, 대리운전, 주차 등 다른 서비스들과 함께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번에도 택시업계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달 4일과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시위를 연 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7만대에 달하는 서울 택시가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오후 2시부터 광화문에서 열리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 평택시, 전북 전주시 등 전국 택시기사들이 이날 운행 중단에 참여하기로 해 ‘택시 대란’이 예상된다.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올해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승차공유와 관련된 공식적 움직임을 보인 건 처음이다. 그간 카카오는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애초 3분기로 예정됐던 카풀 앱 출시일을 미뤄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날 “기존 럭시 사용자를 인계하는 차원의 서비스”라며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라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더 물러서지 않고 신사업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본다.

 ◇신사업마다 규제ㆍ업계 반발 부딪쳐 

그 동안 카카오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할 때 규제나 기존 업계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카카오 헤어샵’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O2O(오프라인-온라인 연계) 서비스 출시 때는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고, 올해 초 출ㆍ퇴근 시간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배차’ 서비스를 발표했을 때는 국토교통부가 나서 ‘불법’으로 규정해 반쪽 서비스를 내놔야 했다. 선물 문화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정부의 인지세 부과 대상이 돼 내년부터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카카오가 신산업의 활로를 뚫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카카오가 대리운전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을 때 관련업계의 반발이 상당했다”면서 “그때 카카오가 밀어붙여 결국 이듬해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했는데, 지금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도 출시 후 이용자 반응이 좋다면 정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풀러스 제공
풀러스 제공

카풀 서비스는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탑승객 입장에서는 매일 ‘지옥철’과 ‘만원버스’를 갈아타며 하루 평균 96분(2016년 서울시 기준)을 낭비하거나 비싼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운전자는 차 유지비와 유류비를 아낄 수 있다. 각자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운전자들이 차 한 대로 움직이게 돼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공유경제 활성화라는 의미도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승차공유 서비스 관련 논란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승차공유 서비스 관련 논란_김경진기자

 ◇“정부 적극 중재 나서야” 

그러나 ‘승차공유 서비스의 대명사’ 우버가 2015년 국내에서 사업을 접은 이후에도 몇 차례 승차공유 서비스가 나왔지만, 번번이 택시업계의 반발과 규제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초됐다. 국내 토종 승차공유 서비스로 승승장구하던 ‘풀러스’는 규제에 막혀 사업 확장에 실패, 결국 올해 6월 김태호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을 70% 이상 감축하는 등 사실상 동면 상태다. 2016년 심야 시간대 사용되지 않는 전세버스를 활용한 카풀 서비스를 선보였던 ‘콜버스’는 “택시회사 차량만 이용하라”는 정부 규제에 주력 산업을 변경해야 했다. 최근 쏘카에서 11인승 차량을 활용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해외 서비스인 우버나 그랩처럼 활성화되기엔 제약이 많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풀로 ‘함께 타는 승차 문화’를 정착시켜 승차난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모빌리티 분야가 혁신성장에 기여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정식 서비스를 위한 준비 과정에서도 일반 사용자는 물론 정책 입안자, 택시 산업 관계자 모두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당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아쉬워했다. 임 대표는 “IT와 접목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와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당국은 진취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며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 승차공유와 자율주행차 개발로 스마트폰 등장에 못지 않은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한국은 또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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