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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충전ㆍ원격 진료… 규제ㆍ기득권 탓에 막힌 혁신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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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충전ㆍ원격 진료… 규제ㆍ기득권 탓에 막힌 혁신 서비스

입력
2018.10.16 20: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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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어비앤비 숙박공유_신동준 기자
국내 에어비앤비 숙박공유_신동준 기자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 업체 에어비앤비는 최근 ‘국내 도시에서 내국인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게 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외국인에게만 도시 내 숙박공유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관광진흥법 시행령)을 정부가 완화해 달라는 일종의 압박 작전이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 내국인이 전체의 65%(123만명)에 이를 만큼 국내 숙박공유 산업은 이미 대중화됐지만, 호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로 관련 법 개정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그사이 수많은 에어비앤비 숙소 제공자들은 불법 상태에 방치돼 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도 각종 혁신 사업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번번이 기존 관련 산업과 ‘공익’을 내세우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가치관, 제도 등에 막혀 정체 또는 고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혁신에 따른 사회 전체의 이익과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기존 산업의 피해 사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세계적 추세에 뒤처지며 국내 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료 분야는 혁신 기술과 기존 제도나 가치관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지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들어 “현행 의료기기 규제는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안겨줬다”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하게 해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의료 분야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의료기기 허가, 신기술 평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의료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따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사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아 당뇨환자 부모가 검찰에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는 자기영역 침범을 우려하는 의사ㆍ약사업계와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나서 “도서벽지에 있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원격의료 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라고 설득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유럽의 수소차 충전소 규제_신동준 기자
한국과 유럽의 수소차 충전소 규제_신동준 기자

막연히 ‘위험할 것’이라든가 ‘공익에 반한다’는 정서ㆍ가치관에 기반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사업들도 있다. 문 대통령의 프랑스 파리 시내 시승으로 다시 주목받은 수소차 충전의 경우, 국내에선 △운전자의 자가 충전 △상업시설 내 충전소 설치 등이 불가능하고 충전소에 안전관리 책임자가 상주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수소를 에너지원이 아닌 위험물로 분류하는 과거 기준이 관련 법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한다.

일본에선 최근 잇따라 임상시험 관련 규제를 풀고 있는 줄기세포 실험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 이후 나빠진 여론 탓에 좀처럼 생명윤리법 개정 등의 개선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합쳐서 일명 ‘개망신 법’으로 불리는 3개 법률이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방식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개인의 신상정보를 삭제한 ‘비식별 정보’라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시민단체의 “개인정보 악용 우려” 주장에 밀려 별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빅데이터 사용 분석 역량 경쟁력_신동준 기자
빅데이터 사용 분석 역량 경쟁력_신동준 기자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각종 혁신 서비스 도입 과정에 종종 갈등이 일어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기존 산업의 이해, 적법성 등에 지나치게 얽매여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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