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북 간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관련 합의를 계기로 유엔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이번엔 한반도 정세가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 하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자간 논의 틀에서 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을 논의함으로써 자국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16일 남북이 내달 말 또는 12월 초에 철도ㆍ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완화할지 또는 유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방적 제재는 한반도의 평화 국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논평기사에서 “남북관계의 회복과 진전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본 전제”라며 “남북 간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관변학자인 정지융(鄭繼永)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대북 제재와 관련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비판했다. 정 주임은 “문재인 대통령은 조속한 시기에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해법을 절실히 원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남북 간 화해가 너무 빨리 이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계속 강조하는 건 한반도 문제가 표를 얻는데 이득이 된다는 판단 아래 중간선거와 재선 등에 계속 이용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주임은 특히 미국이 남북한 합의를 언제든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불행히도 한국은 미국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은 하룻밤 사이에 남북이 지금까지 이뤄놓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미 군사훈련 재개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가능성 등을 예로 들었다. 북한은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남북 간 경협을 활성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미국이 언제든 독자제재를 통해 상황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온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을 내세워 ‘미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훼방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온 대북제재 완화 주장을 6자회담이나 유엔과 같은 다자틀 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취지로 이는 ‘중국 역할론’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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