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전도사’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레 개혁을 방해했다고 내부 고발되는 이례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밝힌 사람은 판사 출신으로 2014년 공정위에 부임한 유선주 심판관리관(2급ㆍ국장급)이다. 유 심판관은 15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김 위원장이 최근 내가 ‘갑질을 했다’며 전면적 직무정지를 지시했고, 그 이전에는 말을 듣지 않자 직원들이 하극상을 하도록 (윗선이) 방치했다”고 밝혔다. 유 심판관은 이 같은 ‘탄압’이 자신이 관련된 내부 개혁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유 심판관이 밝힌 개혁 사안은 2건이다. ‘회의록 지침’은 공정위 전원회의와 소회의 등을 기록ㆍ녹음하고, 표결결과를 공개토록 규정하는 내부지침이다. 공정위 심의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기로 했으나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유 심판관은 이와 관련, “조직 저항 때문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지난 7월엔 폐기 움직임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유 심판관은 이어 “공정위 상임ㆍ비상임 위원이 기업, 로펌 등 사건 당사자와 비공식으로 면담하는 관행을 막도록 하는 ‘면담지침’도 마련하려 했지만, 이 역시 외압에 막혔다”고 증언했다.
유 심판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직무정지 조치나 이전의 탄압 등이 조직적 개혁 방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유 심판관의 갑질 등 조직 내 불협화음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회의록지침이든 면담지침이든, 판사 출신의 현직 공정위 국장급이 국감 증언석에서 ‘조직적 저항’과 ‘개혁 추진에 대한 탄압’을 거론할 정도로 개혁에 대한 공정위 내부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고, 그 결과 두 개혁조치가 모두 좌절된 현실이다.
안 그래도 퇴직자를 위한 조직적 취업 알선 파동에 이어, 이번 국감에선 대기업과 로펌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회비를 받아온 (사)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공정위와 기업 등의 유착 창구로 지적되는 등 공정위를 둘러싼 추문이 그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개혁되지 않으면 공정경제는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기왕 개혁 깃발을 내세운 만큼, 차제에 회의록지침과 면담지침 마련 등 더 철저한 내부 개혁의 고삐를 죄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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