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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낭군님, 뻔한 드라마인데… 사전제작 완성도 높아 대박”

입력
2018.10.17 04:40
수정
2018.10.17 10:5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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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CJ ENM 제공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CJ ENM 제공

‘대박’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지난 9일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 3사(KBSㆍMBCㆍSBS)의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가볍게 누른 수치.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의 기대작 ‘뷰티 인사이드’도 ‘백일의 낭군님’ 앞에선 기를 못 편다. ‘백일의 낭군님’이 특별하진 않다. 왕권을 차지하려는 권력층의 음모가 도사리는 가운데 집안이 원수지간인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낡고 닳은 이야기다. 우연이 남발하고 억지스러운 설정이 가득해 설득력까지 떨어지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새로울 것 없는 이 드라마는 어떻게 요즘 드라마 시장의 강자가 됐을까.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짚어봤다.

강은영 기자(강)= “케이블 드라마로는 드물게 시청률 10%를 넘었다.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를 모두 눌렀다. 놀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왕이나 세자 그리고 역적으로 몰린 사대부 집안 딸과의 로맨스 등 많이 봐온 설정이다.”

양승준 기자(양)= “스토리를 보면 주말드라마를 보는 것 같더라. 친부의 복수, 세자 이율(도경수)이 기우제를 하러 가는 길에 쫓기다 느닷없이 기억상실이 되고 갑작스럽게 천민의 신분이 된다. 시대상을 떠올리면 너무 뜬금없는 설정이다. 15일 방송에선 이율과 사랑에 빠지는 홍심(남지현)이 납치 당하는 장면도 나왔다. 주말드라마에서 막장이라 비판 받는 요소들이 잔뜩 들어가 있다.”

김표향 기자(김)=“난 생각이 좀 다르다. 제목부터 ‘낭군님’이라는 표현을 써서 선남선녀의 로맨스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세자빈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이를 감추기 위한 음모 등 정치다툼이 드라마 시작을 탄탄하게 받쳐주더라.”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CJ ENM 제공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CJ ENM 제공

강=“그간 퓨전사극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구도다. 15년 전 드라마인 MBC ‘대장금’부터 ‘해를 품은 달’(‘해품달’),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에서 봐왔던 성공 패턴이 그대로 적용된 느낌이다. 큰 줄기를 봤을 땐 새로운 것이 하나 없다.”

양=“시청률 10%를 넘길 만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을 보자. 현재 월화드라마만 따져봐도 보편적인 콘텐츠가 없다. KBS2 ‘최고의 이혼’, MBC ‘배드파파’, SBS ‘여우각시별’ 등은 다수의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드라마는 아니다. 그나마 ‘백일의 낭군님’은 사극 장르라는 점이 주효했다.”

김=“그래서인지 ‘백일의 낭군님’은 기존 tvN드라마 같지 않다. 예전 월화에 편성되곤 했던 지상파 방송의 미니시리즈처럼 보인다. ‘배드파파’는 부성애를 강조한 주말드라마 같고, ‘최고의 이혼’은 금토드라마에 맞을 거 같다. 월화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했던 tvN의 편성 전략은 통했고, 지상파의 전략은 실패한 듯 보인다.”

양=“차태현 배두나의 ‘최고의 이혼’은 캐스팅이 가장 화려한 드라마다. 그에 비해 도경수 남지현의 ‘백일의 낭군님’은 약해 보일 수 있다. tvN이 ‘미스터 션샤인’으로 역사물을 소화하더니, 내년 방송 예정인 ‘아스달 연대기’로는 상고시대를 다룬다. 스타에 매달리기 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게 많다.”

강=“도경수의 연기력을 짚고 넘어갈 만 하다. 딱 ‘해품달’의 배우 김수현 같더라. 근엄한 표정의 단단한 목소리 톤이 다소 가벼운 로맨틱한 요소를 꽉 잡아둔다. 남지현의 얼렁뚱땅 사투리 연기도 도경수 덕에 튀지 않는다.”

김=“김수현도 그렇지만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 모습도 도경수 연기에 녹아 있다. 로맨틱 장르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결집돼 있는 듯하다. ‘나만 불편한가?’ 하는 대사도 반말이지만 밉지 않게 보이는 건 도경수의 연기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강=“신기하게도 도경수는 아이돌그룹 엑소 출신이지만 한번도 연기력 논란을 겪지 않았다. 노희경 작가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부터 최근 영화 ‘신과 함께’ 1, 2편까지 배우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해품달’과 ‘구르미’하면 여자배우는 기억 안 나고 김수현과 박보검이 떠오르는데, ‘백일의 낭군님’도 도경수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김=“아이돌 팬덤을 차치하고라도 10대 취향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요새는 10대 청소년이 보면 그 부모들도 같이 본다고 한다. 공포영화도 청소년이 보면 부모가 따라가서 보는 성향이 있는데 비슷하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대중문화를 함께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런 면에서 ‘백일의 낭군님’이 40~60대까지 연령 확장성이 있다.”

강=“요즘 청소년이 평일에 드라마를 볼까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은 10대 시청률이 의외로 높은 편이다. 1회 때만해도 10대 남녀가 0.4~0.6%대였는데, 지난 9일(10회)에는 2.3~2.6%까지 치솟았다. 40~50대 남녀도 지난 9일에 8~11%대로 나타났다.”

양=“예전에 신원호 PD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10%를 넘겨서 방송계를 발칵 뒤집은 적이 있잖은가. ‘백일의 낭군님’의 성과는 tvN에겐 새 판을 짜는 결정적 토대가 될 것이고, 지상파로선 콘텐츠나 시장성 등에서 치명타를 입지 않을까 싶다.”

강=“뻔한 스토리임에도 완성도가 돋보이더라. 화면 구성이나 편집이 매끄러웠다. 뚝뚝 맥이 끊기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지난 4~8월까지 촬영을 끝내고 ‘쫑파티’까지 했다. 9월초 방송했으니 완전히 사전제작을 했다. 여전히 ‘생방송 촬영’이 많은 방송시스템에 경종을 울린 만하다.”

양=“특히 로맨스 장르는 시청자의 피드백이나 시청률 핑계를 대며 사전제작을 못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은 성공 사례가 됐다. 가뜩이나 방송스태프의 열악한 제작 환경 등 문제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업계 전체가 사전제작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ilbo.com

김표향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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