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차원이 다른 압박을 받는 무대다. 특히 승부처에서 신예들은 패기로 맞선다고 강조하지만 대체로 주눅들고 만다. 그래서 감독들은 이 순간 베테랑을 찾는다. 반드시 한방을 친다는 보장은 없지만 동료나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상대 팀을 바짝 긴장시킨다.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장정석 넥센 감독이 갈비뼈를 다쳐 이탈한 야수 최고참 이택근(38)의 공백을 아쉬워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를 기다리고 있는 한용덕 한화 감독은 팀에 경험을 불어넣기 위해 3루수 송광민(35)을 16일 훈련에 합류시켰다. 송광민은 시즌 막판 팀 분위기를 해치는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1군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 감독은 “우리 팀의 방향과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 등록 여부는) 그 때 가보면 알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 감독은 11년 전 한화에서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치른 송광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 현재 한화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자는 김태균, 송광민, 안영명이 전부다. 한 감독은 꾸준히 2군 코칭스태프를 통해 훈련 상황을 점검했고, 송광민도 한 감독에게 반성의 뜻을 직접 전했다. 한 감독은 “송광민이 정규시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며 “이제 다시 팀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2위 SK는 ‘가을 사나이’로 굳어진 1루수 박정권(37)을 30인 엔트리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장을 맡았던 박정권은 이번 시즌 1군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줄곧 2군에 머물렀다. 1군 성적은 14경기 출전에 타율 0.172 2홈런 6타점이다. 박정권은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만든 주역으로, 유독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면 펄펄 날았다.
2009년 플레이오프, 2010년 한국시리즈,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몫이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48경기 출전에 타율 0.323 9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박정권을 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가을만 되면 꼭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주전은 힘들 수도 있지만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기대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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