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홈구장의 이점은 보통 익숙함과 팬들의 응원과 같은 심리적 요인에서 찾는다.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 아메리칸 챔피언십시리즈(ALCS) 2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한테 홈구장은 그 이상의 든든한 아군이었다.
보스턴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서 휴스턴을 7-5로 제압했다. 1회초 먼저 2점을 내준 보스턴은 3회말 재키 브레들리 주니어(29세)의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7-5 역전극을 만들었다. 이 역전극에는 ‘그린 몬스터’라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11.2m 높이의 좌측 펜스을 일컫는 그린 몬스터는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가 대표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ESPN 파크 팩터에 따르면 팬웨이파크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에 이어 두 번째로 2루타가 잘 나오는 구장이다. 높은 좌측 펜스(그린 몬스터)와 홈에서 좌측 펜스까지 94.5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 때문에 좌익수 뜬 공이 될 타구가 그린몬스터를 맞고 2루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
ALCS 2차전은 펜웨이파크의 특징이 한껏 드러난 경기였다. 1회와 2회 사이 좋게 2점씩 나눠 가진 두 팀은 3회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처음에는 그린 몬스터가 휴스턴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3회초 휴스턴의 마윈 곤잘레스(29세)가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2점 홈런으로 2-4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그러나 11.2m의 장벽은 3회말 휴스턴의 수비를 방해했다. 뜬 공이 될 뻔한 보스턴 스티브 피어스(35세)의 타구가 그린 몬스터를 맞고 2루타가 됐다. 이어 그린 몬스터는 주자 만루 상황에서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29세)의 타구를 저글링 하는 것처럼 내어주지 않았고, 덕분에 타구는 싹쓸이 2루타가 되며 3득점에 성공했다. 5-3으로 경기를 뒤집은 보스턴은 우위를 놓치지 않고 2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그린 몬스터의 완벽한 도움이자 보스턴에게는 행운이 따른 경기였다.
보스턴 지역 매체인 보스턴은 “그린 몬스터가 브래들리의 공을 두 번 튕기며 보스턴의 3타점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휴스턴 좌익수 마윈 곤잘레스의 인터뷰를 통해 피어스와 브래들리의 2루타를 만든 그린 몬스터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ALCS 2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만든 보스턴은 이제 휴스턴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3~5차전을 치른다.
석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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