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오픈과 PGA챔피언십 우승을 낚으며 2017-2018시즌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브룩스 켑카(28ㆍ미국)는 소문난 낚시광이다. 평소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낚싯대를 잡는다는 그의 취미는 한국서 열리는 유일의 PGA 투어 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50만달러)’ 출전을 위해 찾은 제주도에서도 이어졌다. 16일 대회 주최측에 따르면 켑카는 전날 홍보영상 촬영 차 배를 타고 나가 제주시 앞바다에서 51㎝짜리 황돔을 낚은 뒤 환호했다. 낚시를 마친 뒤엔 제주의 대표 먹거리인 흑돼지 구이를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끝난 CIMB 클래식에서 톱10(공동10위)에 이름을 올린 김시우(23ㆍCJ대한통운)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흑돼지 구이와 찌개, 볶음밥을 곁들인 푸짐한 제주 밥상을 짤막한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마크 레시먼(35ㆍ호주)도 “지난해 대회기간 동안 매일 저녁 흑돼지 구이를 먹었다”며 “올해도 같은 장소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환상의 섬’에 모인 PGA 스타들이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먹거리, 여기에 한국의 남다른 골프 열기까지 더해져 PGA 스타들을 들뜨게 한다. 선수들은 “이제 우리 실력을 보여 줄 차례”라며 필드에서의 ‘매력발산’을 약속했다.
한 때 타이거 우즈(43ㆍ미국)와 세계 골프 양강 구도를 구축했던 어니 엘스(48ㆍ남아공)는 16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골프팬은 골프지식이 많고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활약을 예고했고, 레시먼은 “지난해보다 페어웨이가 더 단단해졌고, 벙커가 더 많아졌다”며 “훌륭한 코스에서 빨리 경기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CIMB 클래식 우승을 아들이 무척 기뻐했고, ‘이번에도 우승하라’는 압박도 받았다”며 우승 욕심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선 지난해 우승자 저스틴 토마스(25ㆍ미국)와 켑카의 진검 승부가 단연 관심사다. 두 선수 모두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310야드를 넘어서는 ‘괴물’로 꼽힌다.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과의 승부까지 이겨내야 우승에 다가설 수 있다. PGA투어 통산 5승을 거둔 마쓰야마 히데키(26ㆍ일본)와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31ㆍ호주), 애덤 스콧(38ㆍ호주), 폭발적인 장타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토니 피나우(29ㆍ미국)도 우승후보로 손색없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토마스에게 연장전에 져 아쉽게 초대 챔피언을 놓친 마크 레시먼도 설욕에 나선다.
한국 골퍼들도 안방 활약을 예고했다. 특히 2018-2019시즌 PGA투어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부터 공동 4위를 기록하며 ‘슈퍼루키’로 떠오른 임성재(20ㆍCJ대한통운)는 이날 대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1,2라운드 조편성에서 토마스, 켑카와 한 조에 편성됐다. ‘특급대우’를 받은 임성재는 “조편성 결과가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설레고 기쁘다”면서 “어릴 때부터 제주도에서 골프를 많이 쳤던 경험을 살려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도 김시우를 비롯해 안병훈(27ㆍCJ대한통운), 강성훈(31ㆍCJ대한통운) 등 PGA 투어 시드를 가진 선수들은 물론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상위권 선수들도 안방 우승을 노린다. 아시안투어 상금왕까지 내다보는 박상현(35ㆍ동아제약)과 이형준(26ㆍ웰컴저축은행), 맹동섭(31ㆍ서산수골프앤리조트)이 ‘깜짝 스타’를 꿈꾸며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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