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못 쓰게 된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량을 잘못 파악하거나 장부 입력을 잘못하는 등 황당한 실수로 320억원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 한전의 자산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총 3,967억원이 자산을 ‘제각’했는데, 이 가운데 326억원이 실수 탓에 잘못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각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유형 자산을 보유 자산 내역에서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한전은 자산을 제각하면 원래 가치에서 현재 가치를 뺀 만큼을 손실로 처리한다. 가령 애초 100원을 주고 구입한 수명 5년짜리 전선의 가치가 5년이 지난 현재 10원이라면 -90원이라고 입력하는 식이다. 현장 감독은 제각되는 자재 내역을 확인하고 한전 데이터베이스(DB)에 정확히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순 실수로 발생하는 손실액이 상당하다. 지난해 실효계기교환공사(사용 기한이 만료된 전력량계를 교환하는 공사) 과정에서 25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이 의원실이 이 손실이 발생한 경로를 추적한 결과, 한전 DB에 기록돼 있던 전력량계의 정보와 실제 현장에서 운영 중인 전력량계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손실이 발생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전이 배전 자산을 제각 처리한 내역 중 수량당 손실이 2,000만원 이상 발생한 경우를 조사했더니, 72건의 배전 공사 중 가스절연개폐장치 등 13개 품목 84개 장비에 대한 제각 손실이 66억8,490만원이나 과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또한 애초 배전 자산을 취득하면서 수량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는 등 착오로 생긴 손실이다.
한전 측은 이 같은 과다 손실의 원인으로 직원들의 회계 업무 미숙, 회계 업무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꼽았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처분 대상이 아닌 자산이 326억원어치나 단순 착오로 손실 처리됐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기업의 자산은 국민의 혈세로 관리되는 것인데 한전은 이를 매우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자산 제각 과정에서 불필요한 손실이 없도록 직원 교육과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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