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ㆍ고립작전에 맞서 우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천문학적인 ‘차이나 머니’를 앞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조금이라도 틈이 벌어진다 싶으면 미국 동맹국에게도 주저 없이 손을 내밀어 보고 있다.
1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중국 총리로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의 강소국 네덜란드를 공식 방문했다. 리 총리 수행단에는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 등 고위관료가 대거 포함됐다. 중국이 리 총리의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 그만큼 공을 들인 것이다.
실제 리 총리는 네덜란드 방문 기간 마르크 뤼터 총리와 회담을 갖고 다자주의 유지와 경제 세계화 지지, 무역ㆍ투자 자유화 촉진 등에서 공개지지 의사를 끌어냈다. 상ㆍ하원 의장을 만나서는 보호무역주의를 강력 비판했다.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행보였다. 리 총리는 18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아셈(ASEM: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할 예정이다.
앞서 리 총리는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부 수반 이사회에서도 자유무역 수호를 부르짖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는 별도로 만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중국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중앙아시아 주요국가들을 SCO의 틀 내에서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묶어두는 동시에 외교ㆍ경제적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러시아와는 실질적 반미 동맹을 구축한 것이다.
우군 확보전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대상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접촉면을 부쩍 넓혀가고 있는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오는 26일엔 베이징(北京)에서 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며 중국을 고립시키려 했던 일본이 미국의 탈퇴 이후 CPTPP로 명칭까지 바꾸며 중국의 동참을 요구하자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한 멕시코ㆍ캐나다와도 접촉면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USMCA 조항에 이들 두 나라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미국이 탈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과거 껄끄러운 관계를 잊고 캐나다와 멕시코가 회원국인 CPTPP 가입을 검토하는 또 다른 이유다.
앞서 중국은 무역대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보호주의 반대와 자유무역 수호를 위한 공동대응 성명을 끌어낸 뒤 곧바로 가택연금 상태이던 인권운동가 고 류사오보(劉曉波)의 아내 류샤(劉霞)의 독일행을 허가했다. 지난달엔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국가원수 및 정부 수반을 베이징으로 불러모아 자유무역 수호를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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