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선명했던 파란 하늘과 구름 덕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불청객' 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왔다. 최근 한달 여 동안은 휴대폰 카메라로 하늘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지만 15일은 달랐다. 거리 곳곳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 모습, 도시 건물의 윤곽을 가늠하기 힘든 희뿌연 풍경이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기상ㆍ환경 당국은 한반도 주변 기압 변화로 이날을 기점으로 봄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15일 충북 단양군(매포읍)의 미세먼지(PM10) 농도낮 12시)가 163㎍/㎥까지 치솟아 ‘매우 나쁨(151 이상)’ 수준을 보이며 이날 전국 최고치(오후 3시 기준)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영등포구가 오후 2시 131㎍까지 올랐고, 경기 군포시(당동)도 한 때 137㎍을 기록했다. 그 밖에 전북 고창, 울산 울주, 경북 김천 등의 지역들이 낮 시간 동안 각각 100㎍ 이상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이는 등 곳곳이 ‘나쁨(81~150)’ 수준에 이르며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대형 사업장 등이 밀집한 부산ㆍ울산 등 경남 지방의 경우 지난 9월 중순에도 오염물질의 광학작용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오른 적이 있지만 서울 등 중부지방은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초미세먼지(PM2.5) 또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세먼지에 이어 충북 단양군이 113㎍으로 가장 높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으며 전북 익산시에서 83㎍, 경기 고양시에서 81㎍, 서울 영등포구에서 75㎍ 등 각각 시도별 최고치로 관측됐다. 초미세먼지는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 36~75㎍이면 나쁨‘으로 분류된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 서쪽의 약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정체하면서 국내 발생 먼지가 원활히 확산되지 못했고 여기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약한 바람을 타고 유입되면서 수치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깨끗한 대기 상황이 지속됐던 최근의 상황과 크게 대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서울의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9.6㎍/㎥, 미세먼지 농도는 20㎍/㎥으로 모두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소 이맘때보다 동풍 계열의 바람이 많이 부는 등 대기 확산이 매우 원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7일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당시에도 휘발유 260만 리터가 불타면서 막대한 매연을 뿜어냈지만 인근 서울 지역의 대기 질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보통 한 여름에 주춤하던 미세먼지가 가을철이 되면서 다시 등장하는 것은 찬 대륙성 고기압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압계 배치가 우리나라 대기의 정체를 부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륙성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떨어져 나온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주변에 자리잡게 되면 북서풍과 함께 유입된 중국 오염물질이 약한 바람 탓에 국내에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번 미세먼지는 점차 남하하면서 16일 부산과 울산 등 경남 일부 지역에서 나쁨 수준을 보이고 나머지 지역은 농도가 옅어질 전망이다. 17일에는 전국 대부분이 보통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겨울로 들어서면서 대륙성 고기압 세력의 추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빈번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철 환경ㆍ기상 통합예보실 연구사는 “겨울이 되면서 대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강한 찬바람을 불어 넣을 때는 대기 확산이 원활해 지겠지만 세력이 약해질 때마다 대기가 정체하는 상황이 일반적으로 반복된다”며 “중국 등 주변 국가의 난방 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도 늘어나 미세먼지 농도는 반복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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