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1만7,000㎡ 규모의 경부고속도로 휴게소 ‘서울 만남의 광장’의 땅 가격을 공시지가의 19% 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보유자산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경부선 및 호남선 휴게소 49개소를 분석한 결과 총 240만㎡ 규모의 휴게소 토지 장부가액이 2,200억원으로 공시지가인 9,100억원의 24%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부지의 장부가액은 약 47억원으로 3.3㎡ 당 94만원이었다. 공시지가(3.3㎡당 500만원) 대비 18.8%에 불과하다. 장부가액은 현재 23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같은 지역 서초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아파트 2채 매매가와 같은 수준이다.
8만1,200㎡ 넓이의 경기 용인시 기흥휴게소는 장부가액이 약 56억원으로 공시지가(약 821억원)의 7%에도 미치지 못하고, 3만6,500㎡ 면적의 용인 죽전휴게소는 장부가액 39억원으로 공시가격(402억원)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정 의원은 “1만7,000㎡ 면적의 서울 만남의 광장 부지에 전용면적 84㎡ 수준의 아파트 500가구를 지을 경우 자산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올라 현재 장부가인 47억원과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난다”며 “이렇게 장부상 가격과 공시지가가 차이가 나는 것은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이 보유자산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보유주택 공시가격 기준 1∼100위 보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다주택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 수는 총 3,756채로 집계됐다.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6,165억원으로 1인당 617억원어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은 총 1만4,663채다. 공시가격은 총 1조9,994억원으로 1인당 평균 199억9,000만원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다주택자 상위 10명과 100명이 보유한 주택 가격을 시세로 봤을 때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은 8,000억∼1조원대, 상위 100명은 3조∼4조원대일 것으로 정 의원은 추정했다.
정 의원은 “다주택자 상위 10명이 1인당 평균 380채를 소유하고 있다”며 “결국 집값 폭등은 공급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의 주택 사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다주택자의 주택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임대소득에 대한 합당한 과세 △미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벌칙 부과 등을 제언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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