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실험 모델인 광주시의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투자유치사업에서 출구전략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가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하는 이 사업에 불참 선언을 한 노동계를 버리고 갈 것인가, 그렇다면 그 대안은 어떤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질 조짐이 보인다.
광주시 고위 관계자는 15일 “노동계가 끝내 현대차 위탁조립공장 투자유치사업에 불참한다면 노동계 대신 시민단체 대표를 참여시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달 말까지 노동계의 참여를 설득한 뒤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현대차 투자유치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신(新)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신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나 시행 시기 등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출구전략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시가 현대차와의 투자유치 협상에서 출구전략을 만지작거리는 배경엔 노동계의 불참 의지가 워낙 강경하다는 데 있다. 그간 노동계를 배제하고 현대차와 비밀협상을 해 노동계의 불참 원인을 제공했던 시가 되레 사업 무산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로 전가하고 있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시가 지난 3월 7일 광주 노사민정협의회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실현을 위한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기 전날 별도로 노동계와 전담팀을 꾸려 지속적으로 사업을 논의하기로 서명까지 해놓고 이를 헌신짝 버리듯 약속을 어긴데 대한 배신감도 깔려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광주시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지도 않으면서 이미 수용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며 “최근엔 여러 기관과 단체들을 동원해 노동계의 참여를 촉구하면서 노동계 책임론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최근 현대차 투자유치와 관련해 광주시의 요구안을 포함해 현대차와 합의된 내용 공개, 노동계의 협상 참여 시 권한 설정 여부, 교섭결정방식 등 9개 요구 사항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해줄 것을 시에 다시 요구했다.
시가 노동계의 참여를 설득하는 데 다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출구전략을 꺼내 든 이유 중 하나다. 시가 “노동계가 끝까지 참여를 거부하면 (서로) 부담 없이 가는 쪽으로 대안을 연구 중이다. 우리의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광주시의 ‘신광주형 일자리’로 표현되는 출구전략이 애초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취지와 내용을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무엇보다 우리사회 노동시장의 구조적 왜곡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했는데, 노동계가 빠지면서 단순히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협약을 통한 노사관계 혁신은 물론 작업방식의 혁신과 참여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 과제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19일 노동계의 불참 선언에 대해 노사민정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과연 시가 노동계 대신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신광주형 일자리’ 카드로 현대차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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