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촉발시켰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수백억원대 상속세를 탈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진가 사태’로까지 불리며 여론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걸 감안하면 초라한 수사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남부지검은 15일 조 전무의 특수폭행 및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혐의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전 전무는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대행업체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음료를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서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가 하면 재벌 총수로선 이례적으로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아 왔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전무의 경우 사람을 향해 던진 게 아니기 때문에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없고, 폭행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 없음’ 처리했다”며 “자신이 속한 대한항공 광고 업무와 관련한 회의를 중단시켰기 때문에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6월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된 이후 추가 수사를 해왔지만, 별 소득이 없어 추가 영장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검찰 결정을 두고 ‘한진가 수사가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조 전 전무 갑질 논란이 일자마자 곧바로 경찰이 폭행 혐의로 조 전 전무 수사에 나선 것을 신호탄으로 한진가에 대한 수사당국 압박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서울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남부지검에 고발하는 것과 동시에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까지 경찰과 관세청이 나서며 일사천리로 한진그룹 일가 관련해 6건이나 수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조 회장, 이 전 이사장 등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예외 없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이 됐으며, 조 전 전무 역시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됐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회장의 횡령ㆍ배임 혐의는 인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영장 기각은 검찰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변론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 전 전무 사건의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을 채우기에 무리한 사안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