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무대에서 넥센은 예상대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로 제이크 브리검(30)을 낙점했다. 반면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KIA는 헥터 노에시(31)가 아닌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던 양현종(30)을 1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정규시즌 4위로 1승을 안고 시작하는 장정석(45) 넥센 감독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2승제) 미디어데이에서 “시간은 되돌려보면 올 시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베테랑 이택근을 비롯해 중고참이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며 “어렵게 온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와 치열한 5위 싸움 끝에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김기태(49) KIA 감독은 “홈 팬들에게 경기를 더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재미 있는 경기와 함께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16일 1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3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는 넥센은 후반기에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브리검을 출격시킨다. 브리검은 올해 31경기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9월 이후 성적은 4승 평균자책점 2.80으로 더욱 준수했다. 하지만 KIA를 상대로는 세 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장 감독은 “브리검이 마지막에 페이스가 가장 좋았다”며 “(2차전 선발 예정인) 에릭 해커를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설명했다.
KIA는 의외의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양현종은 지난 3일 삼성전에서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뒤 이튿날 1군에서 빠졌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등 쉼 없이 달려온 후유증으로 보였다. 옆구리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았던 양현종은 하지만 부상 정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코칭스태프에 포스트시즌 등판 의사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얼마 전까지 부상 때문에 고민했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확인한 결과 (등판이) 가능하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며 “구위가 어떨지는 나도 궁금하지만 팀 에이스로서 책임감이 강한 만큼 좋은 투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현종은 올해 29경기에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4.15를 찍었고, 넥센전에서는 두 차례 나가 2승 평균자책점 1.29로 강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양 팀을 대표해 박병호와 이정후(이상 넥센), 안치홍과 김윤동(이상 KIA)이 참석했다. 프로 2년 차에 태극마크를 달고, 끝까지 타격왕 경쟁을 펼쳤던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의 친정 팀 KIA를 상대하게 된다. 휘문중학교로 전학을 가기 전까지 광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첫 포스트시즌에서 KIA를 만나 기대되고 설렌다”며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안)치홍이 형과 양현종 선배가 어렸을 때부터 잘 챙겨줬다”고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넥센으로 돌아와 3년 만에 가을 야구를 하는 박병호는 “치열한 경기가 될 테지만 한 경기로 승리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치홍은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해 힘들게 올라왔는데 굳은 각오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윤동 또한 “정규시즌에 아쉬움은 있지만 다 지난 일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